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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운 들어오는 새해, 분노 대신 지혜의 불로 마음 덥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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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운 들어오는 새해, 분노 대신 지혜의 불로 마음 덥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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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2026년 신년 메시지에서 '갈등 대신 화합' 강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열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열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2026년 새해를 사흘 앞둔 29일, 국내 주요 종교 지도자들이 신년사를 통해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올 한 해 우리 사회 안팎에서 분열과 갈등이 한층 심화했음을 상기시키며 이를 치유하기 위한 종교의 사명을 다하겠노라 다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이날 "병오년 새해는 불의 기운을 지닌 해"라면서 "서로를 태우는 분노의 불은 내려놓고 지혜와 자비의 불을 밝혀 서로의 마음을 덥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냈다. 진우 스님은 "지난 한 해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달라 마음이 멀어지고 상처받는 일이 많았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비난보다 잠시 멈추어 마음을 돌아보는 여유"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다시 신뢰와 공감의 길로 나아가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국민의 곁에서 마음의 쉼이 되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는 든든한 벗이 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지난 한 해 우리는 온 세계가 감탄한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새 정부가 지속 가능한 발전과 조화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또 "사랑과 평화를 실천할 때 그리스도의 구원이 우리의 일상과 세상 안에서 더욱 생생히 증거되고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은 김정석 대표회장과 공동회장단 명의 신년사를 발표하고 "국내외적으로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어지는 이 시기에 교회는 복음을 전해 세상을 화목하게 하는 거룩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갈등의 현장에서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고 겸손과 사랑으로 세상을 섬길 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거룩한 공동체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앞서 24일 신년사를 공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정훈 회장과 박승렬 총무는 "이제는 갈등과 대립의 질곡을 넘어, 진정한 평화와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나 중심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될 때 교회는 비로소 공공성을 회복하고 세상에 희망을 주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면서 "하나님 안에 있는 모든 생명과 함께 일치와 화해의 길을 걷다"고 밝혔다.

원불교 왕산 성도종 종법사는 지난 9일 공개한 신년 법문을 통해 '은혜로운 평등 세상'을 함께 만들자며 그 방법 중 하나로 '공익심'을 꼽았다. "이웃을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일은 평등 세상을 이루는 기반"이라면서 "공익심의 실천인 '나눔과 합력'이 생활 문화가 될 때 사회 평등 역시 일상의 질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