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유럽 회원국 간 금융지원·공동조달, 추후 K방산에 '악재'…"유럽 인 K방산 전략 마련해야"
사진은 지난 7월 2025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 간 해병대의 천무가 호주 훈련장 일대에서 발사되는 모습. / 사진=해병대사령부 |
국산 다연장로켓 K-239 '천무'가 폴란드에 추가 수출된 것은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신속한 납기, 현지 생산 등 K방산의 우수성이 재입증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다연장로켓 '하이마스'와 비슷한 성능을 지니면서도 폴란드가 원하는 현지 생산 등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무기체계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군사박물관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천무 3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4조5000억원(부가가치세 23% 포함 5조6000억원)이다. 2022년 11월 1차 이행계약과 지난해 4월 2차 이행계약 당시 계약 규모는 각각 약 5조원과 2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3차 이행계약은 한 국가에 단일 무기체계만으로 10조원 이상 수출 기록을 세웠다는 의미를 지닌다. 천무는 발사대와 탄약운반차, 사격통제장치, 130·230·239㎜ 모듈식 유도탄으로 구성된 다연장로켓 시스템이다. 최첨단 기술과 고가의 장비가 탑재돼 한 번 도입하면 수출국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
폴란드가 고가의 무기체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으로부터 도입한 것도 함의가 작지 않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9월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한국과 폴란드가 2022년 계약을 체결하고 천무 뿐 아니라 K9 자주포, K2 전차 등을 예정대로 수출할 수 있었던 배경은 폴란드가 요구하는 가성비, 신속 납기, 현지 생산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유럽 내 현지 생산거점 구축을 통해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하이마스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지닌 '대체 불가능한 무기체계'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무에 적용된 첨단 기술도 폴란드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은 요인으로 평가된다. 천무는 차륜형 발사대를 통해 1분 내 로켓 12발을 쏠 수 있다. 80㎞ 사거리에 유도탄 뿐 아니라 290㎞ 사거리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성능 개량을 통해 사거리를 500~1000㎞까지 늘릴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다.
다만 EU(유럽연합) 이사회가 지난 5월 '유럽안보행동'(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을 채택해 최대 1500억 유로(약 255조원)를 회원국에 장기·저금리 대출로 제공하기로 한 점은 추후 한국 방산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 국가는 공동조달로 방산 기반을 키우고 드론·방공망 등 전력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폴란드 등 유럽국가는 EU나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의 무기체계를 이전처럼 구매하진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더라도 금융 지원과 현지 생산 등이 가능한 유럽의 무기체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폴란드가 한국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스웨덴 잠수함을 도입하는 결정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유럽 재무장이라는 큰 차원에서 금융지원, 공동구매, 공동생산 등 메이드인 유럽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며 "한국이 현재의 수출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메이드인 유럽과 메이드인 코리아가 어떻게 경쟁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내 생산과 현지화, 호환성 등을 갖추지 못한다면 K방산의 경쟁력은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산 부품·장비 등을 공급하더라도 그 무기체계가 유럽산이라는 인식을 줘야 유럽 시장에서 앞으로 지속적인 수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유럽에선 전차만 하더라도 한국의 K2 전차, 독일의 레오파드 전차 등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표준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앞으로는 K방산 장점만을 강조해선 경쟁력이 없고 '유럽 인 K방산' 관점에서 정치·외교·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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