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가 멸실됐다'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은 대개 같은 상상을 한다. 땅이 사라졌다는 뜻인가, 건물이 무너졌다는 뜻인가.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멸실은 대개 부동산 자체의 멸실이 아니라, 등기소에 비치되던 종이 장부, 곧 등기기록이 전쟁과 화재, 행정기관 이동과 혼란 속에서 물리적으로 소실된 사건을 가리킨다. 부동산은 남아 있는데, 그 부동산의 권리 역사를 적어두던 '원본 기록'이 사라진 것이다.
6·25 전쟁 직후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는 등기소가 불타거나 기록이 흩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피란과 수복, 관공서 재정비 과정에서 문서가 분실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도 행정조직의 재편과 사회 혼란 속에서 기록 관리가 취약해진 구간이 있었다. 그 결과 어떤 지역의 등기기록은 중간이 통째로 비어버렸고, 어떤 필지는 '언제, 어떤 원인으로, 누구에게 넘어갔는지'를 한눈에 추적하기 어려워졌다. 시간이 흘러도 이 공백은 자연히 메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대가 바뀌고 토지가 분할·합병되면서 분쟁의 씨앗이 더 깊게 묻힌다.
이때 등장하는 제도가 멸실회복등기다. 이름만 보면 '새로 권리를 만들어주는 등기'처럼 들리지만, 취지는 다르다. 멸실회복등기는 원래 존재하던 등기기록이 재난으로 사라졌을 때, 남아 있는 공적 자료와 보조 자료를 모아 과거의 기재를 복원하려는 절차다. 즉 "없던 권리를 창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라진 기록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회복이 언제나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쟁은 장부만 태운 것이 아니라, 증거의 사슬 자체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6·25 전쟁 직후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는 등기소가 불타거나 기록이 흩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피란과 수복, 관공서 재정비 과정에서 문서가 분실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도 행정조직의 재편과 사회 혼란 속에서 기록 관리가 취약해진 구간이 있었다. 그 결과 어떤 지역의 등기기록은 중간이 통째로 비어버렸고, 어떤 필지는 '언제, 어떤 원인으로, 누구에게 넘어갔는지'를 한눈에 추적하기 어려워졌다. 시간이 흘러도 이 공백은 자연히 메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대가 바뀌고 토지가 분할·합병되면서 분쟁의 씨앗이 더 깊게 묻힌다.
이때 등장하는 제도가 멸실회복등기다. 이름만 보면 '새로 권리를 만들어주는 등기'처럼 들리지만, 취지는 다르다. 멸실회복등기는 원래 존재하던 등기기록이 재난으로 사라졌을 때, 남아 있는 공적 자료와 보조 자료를 모아 과거의 기재를 복원하려는 절차다. 즉 "없던 권리를 창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라진 기록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회복이 언제나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쟁은 장부만 태운 것이 아니라, 증거의 사슬 자체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멸실회복등기가 만들어낸 등기사항증명서를 보면, 간혹 접수일자나 원인일자, 접수번호가 '불명'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전쟁통의 기록 공백이 그대로 표기된 결과다. 이 '불명'은 중립적인 표식이지만, 분쟁이 붙는 순간에는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 언어가 된다. 한쪽은 "재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표시"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중요한 핵심이 비어 있으니 믿기 어렵다"고 공격한다. 결국 다툼은 '불명'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회복 과정이 무엇에 근거했는지, 그리고 회복된 내용이 실체관계와 합치하는지로 이동한다.
여기서 일반인이 가장 자주 놓치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등기기록만 멸실된 것이 아니라 지적공부도 함께 흔들린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토지대장·지적도는 '누구 땅인지'보다 '어디까지가 그 땅인지'를 보여주는 뼈대다. 등기가 권리의 얼굴이라면, 지적은 그 권리가 걸쳐 있는 몸통이다. 전쟁으로 지적공부가 훼손·멸실되고 이후 복구되는 과정에서 경계선이 미세하게 달라지거나 면적이 변동된 사례가 있다. 그 결과 "등기상 소유는 맞다"는 주장과 "그 소유가 말하는 대상 토지가 바로 이 토지냐"는 반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소유권 분쟁이 결국 '토지 동일성' 분쟁으로 변질되는 전형적 경로다.
전세경 변호사 /사진제공=로투마니 법률그룹 |
토지 동일성은 쉬운 말로 옛날 필지와 오늘의 필지가 같은 땅인지 따지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작업은 단순히 지번만 대조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분할·합병, 지번 변경, 도로 개설, 하천 정비, 도시개발 같은 사건이 끼어들면, 서류의 표기와 현실의 지형이 어긋나기 쉽다.
여기에 등기기록 멸실까지 겹치면, '서류로 이어지는 역사'가 한 구간 끊어지고, 그 끊어진 구간을 복원하는 방식 자체가 쟁점이 된다. 결국 소송에서는 폐쇄등기부나 부본, 옛 토지대장, 항공사진, 당시의 공문서, 인근 필지의 연혁 등 여러 자료가 한꺼번에 호출된다.
과거를 단정하는 한 장의 문서가 없으니, 과거를 가리키는 여러 화살표를 모아 방향을 증명해야 한다. 다음번 칼럼에는 실무에서 등기부 멸실 사건을 만나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아보겠다./글 로투마니 법률그룹 전세경 변호사
허남이 기자 nyhe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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