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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처 초대 장관에 보수 정치인 파격 인사…인사청문회 험로 예고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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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처 초대 장관에 보수 정치인 파격 인사…인사청문회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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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보수 진영 인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으나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나라당 출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에 이은 파격이다.

이번 후폭풍은 앞선 2차례와 결이 다르다.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정부 조직 개편의 핵심이자 경제 컨트롤타워다. 그 초대 수장에 보수 정치인을 앉혔다. 상징성과 파급력 면에서 앞선 사례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장 야당은 '배신자' 프레임을 걸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송 장관 유임 때와는 반발 수위가 다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겉으로는 '통합 인사'라 평가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 후보자의 과거 탄핵 반대 집회 전력 등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이 후보자는 자타 공인 '경제통'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거쳐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시절 사수가 유승민 전 의원이다. 재정 및 복지 분야 전문가로 의약분업 등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정치 이력도 화려하다. 서울 서초갑에서 17·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예결위, 기재위 등에서 활동하며 보수 진영의 정책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보수 정권 때마다 경제부처 장관 하마평에 올랐던 이유다.

이번 인선은 이념을 불문하고 민생·경제 운동장을 넓게 쓰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다만 파격 인사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내정 발표 3시간여 만에 현역 당원인 이 후보자를 제명 조치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전남 해남 솔라시도를 방문해 작심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슈를 덮기 위한 '무늬만 협치'"라며 "이 후보자의 가치관은 현 정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지를 좇아 철학과 동지까지 버리는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회도 성명에서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이재명 정부만은 막아야 한다고 함께 외쳐왔던 자가 장관직이라는 정치적 보상에 눈이 멀어 이재명 정권의 부역자를 자처하는 정치적 배신은 은전 30냥에 예수를 팔은 유다와 같은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 기류도 심상찮다. 이 후보자가 윤 전 대통령 경선 캠프는 물론, 지난 대선 김문수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지낸 탓이다. 특히 지난 1~3월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탄핵 소추는 불법", "나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이라 발언한 점이 뇌관이다.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의원도 나타났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후보자에게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 문란에 찬동한 이들도 통합의 대상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 후보자는 자신의 정치활동을 소개하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모든 SNS(소셜미디어)를 비공개 처리했다.


혹독한 인사청문회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송곳 검증'이 불가피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원외위원장으로서 당론을 따랐으나, 탄핵이 계엄의 결과로 불가피했음을 인정한 바 있다"며 "청문회에서 이 부분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 지명 인사라고 무조건 옹호하지 않겠다. 국민 눈높이에서 더 날카롭게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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