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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만든 애니 '리틀송 랜드', TV 입성…'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의 자신감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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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만든 애니 '리틀송 랜드', TV 입성…'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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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이룬 본부장 "AI는 지능형 스태프일 뿐, 본질은 인간의 상상력"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방송 정규 편성이라는 검증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코리아교육그룹은 대원방송과 손잡고 생성형 AI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콘텐츠 '리틀송 랜드'를 '애니원' 채널에 정규 편성했다.

AI 활용 영상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는 많았지만 전체 프로그램이 TV 채널에 정규 편성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콘텐츠 경쟁력의 중심엔 코리아교육그룹 산하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의 김이룬 본부장이 있다. 김 본부장이 이끄는 리틀송 랜드는 유튜브를 넘어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그 퀄리티를 인정받으며 AI가 창작의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몸소 증명해내고 있다.

◆'딸깍'이 아닌 '집념'으로 빚어낸 퀄리티=김 본부장은 세간의 'AI 무용론' 혹은 'AI 저평가'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소위 '딸깍' 한 번으로 영상이 만들어진다는 편견은 현장의 치열한 공정을 모르는 소리라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AI를 모르는 분들은 버튼 하나로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예를 들어 노래 한 곡을 뽑기 위해 AI로 70~100곡 정도를 추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제가 원하는 리듬과 감성이 나올 때까지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며 "가사는 100% 제가 직접 쓰는데 영상도 캐릭터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박사·아이들을 따로 만들고 상황에 맞춰 옷을 입히고 배경을 합성한다. 한 컷을 만드는 데 10단계 이상의 공정이 들어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AI는 '창작자의 상상력을 물리적으로 구현해주는 지능형 스태프'다. 인건비나 시간은 절감해주지만 결국 어떤 장면을 만들지 상상하고 대중의 코드를 읽어내는 것은 인간의 안목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제작비 0원이라는 자극적인 말로 창작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세태가 안타깝다"며 기술은 보편화되더라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결국 본질에 집중하는 인간의 몫임을 강조했다.


◆동요에서 시작해 글로벌 꿈꾸는 '리틀송 랜드' IP=리틀송 랜드가 동요와 뮤직비디오 형식을 택한 것은 전략적 선택이었다. 아직 AI 기술이 입 모양을 완벽하게 맞추는 데 한계가 있고 성우 기용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기 전 단계에서 서사보다는 시·청각적 즐거움에 집중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거대한 IP(지식재산권) 확장 계획이 들어차 있다.

그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IP들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는 걸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며 "우리나라도 훌륭한 IP가 많지만 이를 활용하는 힘은 아직 부족한데, 리틀송 랜드라는 세계관 안에 새로운 캐릭터들을 끊임없이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신뢰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도 힙합하는 사람이나 중장비 캐릭터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터질 수 있는 위트를 담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궁극적인 지향점 중 하나는 '무성 영화(Silent Film)'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다. 대사 없이도 비언어적 표현과 음악만으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감명 깊게 본 애니메이션 '플로우'처럼 언어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하겠다는 포부다.

플로우는 라트비아-벨기에-프랑스 3개국 합작 영화로 동물들만 등장해 대사가 없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오픈소스 무료 3D 그래픽 도구인 블렌더만을 이용해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기술 너머, 사람이 행복한 스튜디오를 향해=김 본부장은 매일 밤 노트북으로 동화책을 열어두고 TV로는 유아 채널을 보며 유튜브로는 최신 트렌드를 모니터링한다. 아이들이 어느 포인트에서 웃고 지루해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혼자 키즈 카페에 가서 아이들을 관찰할 정도로 그의 열정은 집요하다.





이런 노력의 끝에는 개인적인 꿈과 사회적인 소망이 맞닿아 있다. 그는 미대에 가고 싶어 하는 딸과 가족들에게 자신이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날을 꿈꾼다. 또한 자신이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후배 창작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 본부장은 "제가 잘 돼서 회사가 커지면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다"며 "요즘 친구들이 꿈이 없다는 건 우리(세대)가 기반을 잘 닦아주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AI 애니메이션 지상파 편성이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끝이 아닌 시작이다.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맹신하기보다 그것을 능숙하게 다루는 '마스터'가 돼 K-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김 본부장. 그의 집념이 담긴 리틀송 랜드가 제2의 아기상어를 넘어 글로벌 시장 표준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AI라는 강력한 엔진으로 효율을 높이는 한편 인간만이 담을 수 있는 서사와 감동의 밀도를 높여서 전 세계가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그것이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가 당면한 숙제"라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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