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라도 찾길 기도했습니다”…‘제주항공 참사’ 1주기, 통곡의 추모식[영상]

“1년 전 오늘, ‘전원사망’이라는 보도 후 ‘손가락 하나라도 찾게 해달라’고 기도 드렸습니다.”

29일 오전 10시 17분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린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추모사를 낭독하며 눈물을 훔치자 장내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유족들은 추모사 낭독 후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되자 가족들의 이름을 외치며 오열했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ㆍ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1년 전 오늘, 사이렌을 끄고 돌아가는 앰뷸런스를 보며 ‘전원 사망’이라는 보도 아래 우리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유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낙인이 찍힌 채 2차 가해와 수많은 유언비어 속에서 속절없이 상처받아야 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유가족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은폐 없는 조사, 배제 없는 참여, 예외 없는 책임,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라며 “179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이 끝내 밝혀지고 책임이 반드시 물어질 수 있도록 저희 유가족들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제주항공 참사로 부모님과 남동생 등 가족 3명을 잃고 1년째 무안공항을 지키고 있다. 무안공항에서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 밖에 설치된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시설) 둔덕을 충돌해 179명이 숨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추모식은 ‘기억하라 12·29’라는 주제로 국토교통부와 유가족협의회가 공동 주관해 거행됐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윤덕 국토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부와 국회, 유가족, 사고수습 참여자 등 1200여명 참석했다.

추모식은 사고 발생 시각인 오전 9시 3분 1분간의 추모 사이렌을 시작으로 종교 위령제가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본식 행사에서는 국민의례와 묵념, 헌화, 추모사, 주제영상 상영, 추모공연 등이 진행됐다.

주제영상이 상영될 때는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되면서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비행기 티켓 형태의 종이가 장내 바닥에 순서대로 놓였다. 유가족들은 ‘지금부터 방콕발 무안행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 후 희생자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아들아, OO야”, “살려내라” 등을 외치며 오열했다.

이날 추모식은 김유진 대표가 유족들의 염원이 담긴 편지함을 김민석 국무총리 등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유족들이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둔덕 앞에 국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추모식을 마친 뒤 오후 2시 45분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 등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유족 등 400여명은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을 보자 일제히 눈물을 터뜨렸다.

이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엄마 왔다”, “우린 어떻게 살라고” 등을 외쳤다. 일부 유족들은 둔덕 쪽을 향해 큰절을 하거나 준비해온 술을 종이컵에 따라 뿌리기도 했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에게 쓴 편지를 담은 상자를 불로 태우는 ‘하늘로 보내는 편지’ 행사를 통해 넋을 기렸다. 또 12월에 생일을 맞은 희생자들을 위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 후 헌화 행사를 끝으로 1주기 추모행사를 마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영상 추모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형식적 약속이나 공허한 말이 아닌 실질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고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안=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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