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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신규 상장 속도가 4분기 들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조정과 거래 위축, 보안 이슈가 겹치며 상장에 신중한 기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원화마켓을 포함한 비트코인(BTC)·테더(USDT) 마켓 신규 상장 코인 수는 총 23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인 11월(26개), 10월(37개)과 비교해도 감소한 수준이다.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9월(71개)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7~9월 월평균 신규 상장 수는 약 45개에 달했지만, 10~12월에는 월평균 28개를 기록했다. 7월에는 40개, 8월에는 25개로 한 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가, 9월 단기적인 상장 러시 이후 세 달 연속 하락한 것이다.
상장 둔화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가상자산 거래 감소가 꼽힌다.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초 한때 1억770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이후 가격 조정 국면이 이어지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이날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을 보여주는 코인마켓캡 '공포·탐욕 지수'는 30포인트로 '공포(Fear)' 단계에 진입해 있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거래소들도 신규 자산 상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보안 이슈 역시 상장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1월 27일 업비트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 이후 거래소 전반에서 내부 점검과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상장 심사와 일정이 지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업비트의 경우 이달 신규 상장 코인은 3개에 그쳤다. 지난 9월 26개를 상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측은 통상 상승장에 상장하려는 수요가 크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상장 추진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침체와 보안 리스크가 겹치면서 신규 상장 확대보다는 기존 상장 자산의 안정적 운영에 무게를 두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는 상장에 대한 보수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경우 새해 상장 재개 속도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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