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
미·러 정상 간 통화 직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에 동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포기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영토 문제 등 주요 쟁점에서 양국 간 견해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간)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요청으로 1시간 15분간 통화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유익하고 생산적인 전화 통화를 마쳤다”고 올렸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국 정상이 일시적인 휴전은 분쟁을 장기화시킬 뿐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국민투표 준비를 명분으로 혹은 다른 구실로 제안한 일시적 휴전은 분쟁 장기화로 이어질 뿐이며 적대 행위 재개의 위험을 내포한다는 데 러시아와 미국 대통령이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지체 없이” 철수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현재 전선 상황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통칭하는 돈바스 지역 전체를 점령하지 않고선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러시아는 개전 후 루한스크를 완전히 장악했고 도네츠크주의 5분의 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협상해 도출한 종전안에는 격전지 도네츠크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우크라이나가 병력을 물리는 면적만큼 러시아도 최전선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샤코프 보좌관의 발언은 러시아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도달의 실질적 전망에 대한 러시아 측 평가를 주의 깊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끈질기게 강조했으며,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에 열리고 있는 경제 협력의 인상적인 전망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