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문제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자포리자 원전엔 "푸틴 협조적"
러시아 "우크라, 돈바스서 지체 없는 철수라는 대담한 결정 필요" 촉구
러시아 "우크라, 돈바스서 지체 없는 철수라는 대담한 결정 필요"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이 수주 내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르면 다음 주 재회를 통한 후속 협의를 시사했다. 이에 러·우 전쟁 종전 협상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브리핑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잘 되면 아마 몇 주 안에"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이 합의에 얼마나 근접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95%' 정도일 수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대 난제로 꼽히는 돈바스 지역 등 영토 문제와 관련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돈바스 해법으로 미국 측이 제시한 자유경제구역 조성 방안에 대해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철수를 요구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을 기준으로 한 전투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도네츠크 일부 지역에 비무장지대와 자유경제구역을 조성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상태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그것을 가동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함께 일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그는 매우 협조적"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담 직후 후속 협의 일정과 성과를 공개했다. 그는 이날 회담 후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우리는 모든 현안을 놓고 실질적인 논의를 했다"며 "이르면 다음 주에 다시 만나 논의된 모든 사안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중 워싱턴DC에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 지도자들을 초청해 회의를 주재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 구상의 모든 측면을 논의했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향후 조치의 순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우리는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안보 보장이 핵심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양측 실무진은 모든 사안에 대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푸틴 대통령과 아주 생산적이고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도 이번 통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교정책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러 정상이 이날 통화에서 일시적인 휴전은 분쟁을 장기화시킬 뿐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와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국민투표 준비를 명분으로 혹은 다른 구실로 제안한 일시적 휴전 방안이 분쟁 장기화로 이어질 뿐이며 적대행위 재개의 위험을 내포한다는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 위해선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지체 없이" 철수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선 상황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정권이 돈바스에 관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 도네츠크·루한스크를 포함한 돈바스를 완전히 확보하지 않고서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도네츠크 비무장지대 조성 등을 포함한 중재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양국 정상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1시간 15분간 진행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도달의 실질적 전망에 대한 러시아 측 평가를 주의 깊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끈질기게 강조했으며,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에 열리고 있는 경제 협력의 인상적인 전망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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