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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방에 사라지지 않는 1, 가끔 펑펑 운다"...생일이 추모식 된 유족

머니투데이 민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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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방에 사라지지 않는 1, 가끔 펑펑 운다"...생일이 추모식 된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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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김성철씨(53)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고인이 된 딸 김수림씨 생일 추모식을 하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김성철씨(53)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고인이 된 딸 김수림씨 생일 추모식을 하고 있다./사진=이정우 기자.



"사랑하는 수림이 생일 축하합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공터에서는 지난 7일 오후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공터 의자에는 영정사진과 초를 켠 흰색 케이크가 준비됐다. 영정사진 속에는 졸업가운을 입은 앳된 얼굴의 여성이 있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다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은 지난해 12월29일 여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김수림씨가 태어난 날이다.

부친 김성철씨(53)는 딸과 아내 박현라씨를 한순간에 잃었다. 김씨의 지난 1년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활동으로 점철됐다. 이달 초에는 국토교통부 공청회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참사 후 처음 맞는 딸 생일에 김씨는 영정사진 속 딸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로 담았다.

김수림씨 고등학교 친구 김은솔씨와 신영현씨(26)도 생일 추모식을 위해 광주에서 올라왔다. 이들은 고인을 '예쁘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멀리서부터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정말 착한' 친구로 기억했다. 태국 여행을 가기 전 샤부샤부 집에서 모녀와 함께 만났던 게 가장 마지막 추억이 돼 버렸다고 한다.

친구들은 근조화환에 적을 문구를 고민하다 '7공주'라는 고등학교 동창 별명도 생겼다고 했다. 김성철씨는 장례를 치를 동안 자리를 지켜준 친구들을 위해 '수림-칠공주'라는 문구가 적힌 우정 반지를 선물해줬다.

1년이 지났지만, 친구가 떠난 현실이 이따금 무겁게 다가온다고 했다. 김은솔씨와 신씨는 "수림이가 어딘가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칠공주' 그룹 채팅방에는 아직도 수림이가 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다 1이 계속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아 수림이구나'라고 자각하게 된다. 가끔 펑펑 운다"고 말했다.

추모식에는 김수림씨 동생 김모씨(23)도 참석했다. 동생 김씨는 이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그는 "생전 엄마와 누나랑 아주 친했다. 사고 당일에는 집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심리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따로 받지 않았고 굳이 학교에 알리지도 않았다. 친구들은 알고 있지만 굳이 앞에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참사 후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유금씨는 지난 25일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사진=이정우 기자.

유금씨는 지난 25일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사진=이정우 기자.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유금지씨는 지난 25일 크리스마스에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크리스마스는 유씨 생일이면서도 부모님이 1년 전 태국으로 부부 동반 여행을 떠난 날이다. 그는 사고 후 추모의 의미에서 가족 생일마다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을 잃은 슬픔도 잠시 유가족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추측이 큰 상처를 줬다고 한다. 일부 유가족은 지난 5월 진상규명 촉구 서명운동 당시 '그 집 로또 맞았다' '수십억대 보상금을 챙겨놓고 잘 끝난 거 아닌가' '얼마나 받아먹으려 그러나' 등 말을 면전에서 들었다고 한다.

경찰이 추모 기간 댓글 창 비활성화를 요청한다는 소식에 유씨는 시민들 기억에서 잊히는 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악플도 관심이라 생각한다면 무관심보다 낫다는 생각도 한다"며 "어떻게라도 이목을 끌고 싶다. 삭발하고 순회 시위를 한다고 해도 관심을 주실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슬하 세 아이를 둔 유씨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트리 밑에 선물을 준비해뒀다. 그러나 참사 후 처음 맞는 이번 크리스마스는 그럴 수 없었다. 유씨는 "막내아들이 7살인데 '나는 6살이 되고 싶다. 6살로 돌아가면 할아버지·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라고 하더라"며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지금 아니면 사고가 묻힐까 봐 나왔다"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이정우 기자 vanill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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