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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두 팔 벌려 환영"···대기업들, '자소서' 싹 없애고 면접부터 본다, 효과는?

서울경제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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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두 팔 벌려 환영"···대기업들, '자소서' 싹 없애고 면접부터 본다,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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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로 작성·첨삭된 자기소개서가 늘어나며 지원자 간 변별력이 떨어지자 기업들이 서류 전형을 과감히 없애고 지원자 전원을 면접으로 평가하는 등 채용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로토제약은 오는 2027년 4월 입사 신입 채용부터 자기소개서 기반의 서류 전형을 폐지하고 지원자 전원 면접을 실시한다. ‘엔트리 미트(entry meet) 채용’으로 이름 붙인 이 제도에서 지원자는 희망 면접 시간을 예약한 뒤 인사 담당자와 15분간 면담을 진행한다. 면접은 원칙적으로 대면 방식이며 전국 8개 지역에서 열리고 이후 여러 차례의 면접과 그룹 워크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대기업과 금융권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통신·IT 기업 소프트뱅크는 올해 1월부터 자기소개서 제출을 폐지하고 자기소개 영상을 AI로 1차 분석한 뒤 인사 담당자가 최종 판단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요코하마은행 역시 신입 채용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1분 분량의 자기 PR 영상을 제출하도록 했다.

실제로 일본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AI 활용은 이미 보편화됐다. 취업 정보업체 마이나비 조사에서 취업 활동에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67%에 달했으며, 주된 활용 목적은 자기소개서 첨삭과 작성이었다. 한 대학생은 “입사 의지가 크지 않은 기업의 지원 동기를 쓸 때 AI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자기소개서 전체를 AI에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로토제약 측은 “AI 활용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비슷한 내용의 자기소개서가 늘어 개성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며 “직접 대화하는 과정의 가치를 중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채용 초기부터 대면 소통을 강화하면 지원자의 기업 이해도가 높아지고 조기 퇴사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서류 전형 폐지가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주방기기 제조업체 나카니시제작소는 지난해 10월부터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적성검사 후 지원자 전원과 면담하는 방식을 도입한 결과, 지원자 수가 약 200명에서 350명으로 늘었다. 회사 측은 “채용 비용은 늘었지만 지원자들이 회사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입사한다”며 내년 채용 인원을 5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가 취업 준비의 ‘표준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 기업들은 더 이상 글로 쓰인 스펙보다 대면 소통과 실제 역량, 개성을 직접 확인하는 방향으로 채용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서류 전형 폐지 흐름은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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