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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식당 줄줄 문 닫았다" 참사 1년, 텅 빈 무안의 눈물 [제주항공참사 1년]

중앙일보 최경호.황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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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식당 줄줄 문 닫았다" 참사 1년, 텅 빈 무안의 눈물 [제주항공참사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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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오후 전남 무안군 망운면. 매년 연말 특수를 누렸던 무안국제공항 인근 펜션 밀집 지역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무안공항 개항 후 공항과 톱머리해수욕장 주변에 들어섰던 펜션 20여곳이 참사 후 대부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펜션 업주 김광식(76)씨는 “1년 전만 해도 연말 해돋이 등을 보기 위해 전 객실이 매진됐지만, 올해는 방이 모두 빈 상태”라며 “내년 1월 초 한 팀이 예약한 것 외엔 손님이 아예 끊겨 3개월간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예약을 했다가도 ‘참사 현장 옆에서 즐겁게 지내긴 어려울 것 같다’며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며 “179명이 숨진 사고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뒤 우울감이 커진 상황에서 손님마저 끊겨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제주항공 참사 후 1년가량 무안공항이 폐쇄되면서 공항 주변의 상권이 극심한 어려움에 빠졌다. 참사 후 공항 이용객이 끊긴 데다 공항 재개항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인근 펜션과 식당 등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무안공항 주변의 한 숙박업소 업주는 “펜션 매출이 1년 새 70~80%가량 줄어든 데다 난방비만 매달 300만원이 넘게 드는 운영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내년 2월까지라도 문을 닫고 남편이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도우며 생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무안공항 인근의 무안갯벌낙지직판장 내 식당도 14곳 중 3곳이 문을 닫는 등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이날도 낙지전문점 밀집 지역의 주차장에는 점심시간을 전후로 차량 5~6대만 주차돼 있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 철조망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하늘색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황희규 기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 철조망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하늘색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황희규 기자


낙지직판장 내 식당 주인 이모(50)씨는 “참사 전에는 점심때마다 주차장이 꽉 차서 도로에 차를 세워야 할 정도였지만, 요즘은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하는 날이 적지 않다”며 “빚을 내서 직원들 월급을 챙기는 상황에서 장사까지 안되니 오후 6시만 되면 문을 닫는 가게도 많다”고 했다.

전남 지역 관광업계도 제주항공 참사의 직격탄을 맞았다. 무안공항을 기반으로 베트남·중국·동남아 등 관광상품을 운용했던 여행사들이 공항 폐쇄 후 모든 영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강혜련 광주관광협회 이사는 “지역 관광업계가 참사 직후 환불 예약금을 포함해 지난 8월까지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항 폐쇄 후 지역 관광산업이 무너지면서 관광업계 종사자 3000여명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 여행업계는 참사 후 매출이 80~90%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업체나 종사자들은 대리운전이나 택배·택시운전, 편의점·카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 지역 여행사 대표인 지모(43)씨는 “여행사 문을 닫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버텼는데 지난 4월부터는 택시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1년간 불어난 빚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택시 운전을 한 뒤에는 새벽부터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혜련 이사는 “무안공항 폐쇄 기간은 내년 1월 5일까지인데 공항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보존 문제 등으로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가 공항 재개항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1주기 당일인 29일 오전 10시 정부가 주관하는 추모식이 진행된다. 이날 추모식은 정부와 국회, 유가족 등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무안공항 2층에서 거행된다. ‘기억하라 12·29’라는 주제로 열리는 행사에서는 묵념과 헌화, 추모영상 상영, 추모사, 공연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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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무안=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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