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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는 안정, 중장기는 불안…추가 대책에 쏠린 눈

이데일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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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는 안정, 중장기는 불안…추가 대책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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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새 55원 급락…연초 1400원 초반대 기대
‘달러 수요’는 지속…시장 심리는 아직 ‘관망’
외환건전성부담금 완화…규제·세제 카드 거론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정윤 하상렬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원·달러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쏟아낸 대책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과 내년 초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 같은 하향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연말에는 거래량이 적어 정부 정책이 평소보다 더 큰 효과를 냈을 수 있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외화 운용 전략이 변화하면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거래가 정상화한 후까지 정부가 실효성 있는 외환 시장 안정 대책을 이어가야만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세제 혜택 등 정부가 최근 내놓은 대책 이후의 ‘다음 카드’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틀간 55원 급락…연초까지 하락 기대

2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지난 26일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9.45원 내린 1440.35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1429.5원까지 밀렸다. 이는 정부가 ‘환율 안정 패키지’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24일 장중 고점(1484.9원)과 비교하면 불과 이틀 만에 55원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레벨 자체도 지난 11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환율 상단을 낮추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정책 강도가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거래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연말까지 환율이 1450원을 밑돌고 안착한다면 연초 이후에는 1400원~1450원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환율은 누적된 정부의 안정화 조치와 개입을 계기로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4분기보다 다소 낮고 안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완화 조치에 대해 “과거 코로나 이후에도 유사한 조치가 시행됐고, 당시 국내 외화 유동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도 직접적인 외화 공급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서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의 눈에 띄는 변화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많지 않은 연말 특수에 더해 달러 매도로 분위기를 전환할 만큼 원달러 환율의 수준이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투자에 대한 수익률 기대 등 근본적인 환율 상승 요인도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대책이 모두 한시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하락하겠지만 중장기적인 상승 흐름은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그래픽=김정훈 기자)


외화 조달비용 완화 카드…네거티브 방안도 ‘만지작’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환율 안정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정부가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추가 카드를 꺼낼지에 쏠려 있다. 정부 역시 외환시장 안정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외환건전성부담금 중가산금 요율을 일 0.033%에서 0.022%로 낮추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금융기관이 외환건전성부담금을 연체할 경우 부과되는 ‘연체 패널티’를 완화해, 외화 조달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한국은행이 내년 1~6월 외환건전성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결정과 맞물려 외화 유동성 공급 효과를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네거티브 규제’와 같은 보다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도 효과가 없으면 정부는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환율이 계속 높으면 기업들도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더 내려오면 수출업체들도 달러를 보유하기보다는 네고(달러 매도)로 풀 가능성이 있다”며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고, 향후에는 규제나 세제 개편 등 더 강한 방식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부문의 외화 수급 개선책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바로 원화로 환전하기보다는 외화 차입금 상환이나 수입 대금 지급에 활용하고 있어 국내 외화 공급 확대 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