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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16년간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그 팀장은 어떻게 인공지능(AI) 전략기획 리더로 이직했을까. 광고팀 기획 업무를 해왔던 그 과장은 어떻게 AI 서비스 개발 PM(프로덕트 매니저) 자리로 옮겼을까. AI가 인간의 ‘일’과 ‘자리’를 위협하는 요즘, 발 빠른 K직장인들은 각자 쌓아온 직무 경쟁력을 발판으로 AI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AI의 일자리 위협을 정면 돌파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이들처럼 AI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해 이직에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현직자들이 원하는 필수 자질은 무엇인지 등 AI 직무 전환의 노하우를 싹 정리했다.
직무 전환 200명 노하우 분석
■ 경제+
16년간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그 팀장은 어떻게 인공지능(AI) 전략기획 리더로 이직했을까. 광고팀 기획 업무를 해왔던 그 과장은 어떻게 AI 서비스 개발 PM(프로덕트 매니저) 자리로 옮겼을까. AI가 인간의 ‘일’과 ‘자리’를 위협하는 요즘, 발 빠른 K직장인들은 각자 쌓아온 직무 경쟁력을 발판으로 AI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AI의 일자리 위협을 정면 돌파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이들처럼 AI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해 이직에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현직자들이 원하는 필수 자질은 무엇인지 등 AI 직무 전환의 노하우를 싹 정리했다.
◆AI 기업행(行) 200명 뜯어보니=김희정(42·가명)씨는 지난 16년간 카드사·신용평가사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최근 핀테크 기업의 AI 전략기획 리더로 이직했다. 전통 금융사에서 오랜 기간 쌓은 고객 데이터 분석 역량이 기반이 됐다. 김씨는 “기존 마케팅 업무에서 AI 기술을 실제 사업 구조로 연결하는 경험을 하다 보니 체계적으로 AI 역량을 쌓아갈 필요성을 느꼈다”며 “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본 경험이 AI 분야에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AI 직무 전환이라고 해서 현재 커리어와 동떨어진 분야에 도전한다면,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적다. 경력 채용 플랫폼 리멤버에 의뢰해 최근 AI 분야로 자리를 옮긴 사례 200건을 분석해 보니, 김씨처럼 기존 커리어를 AI 분야로 업그레이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 데이터 분석과 업무 자동화 분야 경력자가 많았다. 이공계열이 아니더라도 파이썬 등 기본적인 코딩 능력을 꾸준히 길러왔다고 한 사례도 많았다. 헤드헌팅 업체 에버브레인서치의 홍철환 컨설턴트는 “최근 채용 시장에서는 AI를 기업 전략과 조직 운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재들을 선호한다”며 “기존 직무에 AI를 잘 적용한 인재들이 직급과 연봉 모두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신재민 기자 |
◆문과도 도전할 수 있다=AI가 업무의 핵심이 되는 직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과 비교해 보면, 우선 엔진을 설계하는 연구개발(R&D) 영역이다. AI 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연구직으로, AI 분야 전문성이 없다면 일반 직장인들이 뛰어들기 쉽지 않은 분야다. 둘째, 자동차를 조립하고 관리하는 엔지니어 영역이다. AI 기술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기술직으로, AI 엔지니어, 데이터 엔지니어 등이 있다. 전통 산업에서 기술 기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다음은 목적지를 정하고 운전하는 기획 및 비즈니스 영역이다. 주로 AI 기술과 서비스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직군으로, 문과 출신들도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런 AI 기능을 넣어보자’고 개발팀에 제안하는 AI 서비스 기획자가 대표적이다.
AI 직무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새 직무가 생기고, 기존에 있던 직무는 더욱 세분화된다. 토스의 경우 지난 5월 ‘데이터 아키텍트’라는 직무가 새로 생겼다. 이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정현씨는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사람과 AI가 정확히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일 처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직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AI 서비스 기획자’ 가 아닌 ‘대화형 AI 서비스 기획자’를 뽑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다. AI 서비스 안에서도 더 구체적인 분야의 전문가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핵심 노하우는 이것=AI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어떤 역량과 자질이 필요할까. AI 직무 현업자와 헤드헌터들에게 물어 핵심 노하우를 추렸다. 우선 코딩 역량이 부족한 비전공자라도 AI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 AI 기업 개발자는 “최근 AI 코딩 툴이 많이 생겨 비전공자도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해볼 수 있게 됐다”며 “AI 도움으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그 동작 과정을 학습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전공자나 개발자라면 AI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프로젝트 경험을 쌓아야 한다. 특히 최근엔 AI 에이전트와 관련해 AI 모델을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로 연결하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설계하는 백엔드 개발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요즘 달라진 채용 방식에 적응할 필요도 있다. 과거 기업들은 채용 공고 게시 후 인재가 들어오길 기다렸다면, 이젠 HR플랫폼에 이력서 등을 올린 인재를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HR플랫폼 안에서 경쟁자 사이에서 더 눈에 띄기 위해선 이력서와 프로필에 담을 키워드 설정이 중요하다. 한 헤드헌터는 “채용 후보자를 검색할 때 일차적으로 키워드 기준으로 필터링하기 때문에 원하는 AI 직무 현직자들이 어떤 키워드에 주목하는지 연구해야 한다”며 “기업이 원하는 키워드를 잘 담아두면 이직 제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력서엔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수치화해 작성하는 게 좋다. 김유선 리멤버 헤드헌팅서비스 팀장은 “AI 관련 프로젝트를 했다면 그 내용부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본인의 기여도는 몇%였는지 구체적으로 적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현직자들이 좋아하는 능력은 따로 있다. 기술적 코딩 능력보다는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매주 쏟아지는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학습 민첩성이 바로 그것이다. 한 개발자는 “AI 업무는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AI가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과제를 설계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임원급 채용 시장에서도 AI가 단연 화두다. 단순 이직을 넘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C레벨급 인재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I로 손에 잡히지 않은 애매한 혁신을 하겠다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실제 업무에서 어떤 AI를 적용해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C레벨 전문 헤드헌팅사 브리스캔영의 대표 컨설턴트인 이지영 상무는 “요즘 기업들의 요구 조건은 후보자의 전문 분야에 AI를 접목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림만 제시하고 지시하는 C 레벨보다 직접 발로 뛰며 성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직무 1000개 이상 등장”=AI로 인한 직장 내 직무 변화와 직장인들의 커리어 딜레마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HR플랫폼 딜이 지난 10월 한국을 포함한 22개국 5500명 비즈니스 리더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AI가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전 세계 기업의 91%는 ‘직무가 이미 변화했거나 일부 대체됐다’고 답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 응답자의 43%가 ‘AI로 인해 완전히 또는 매우 중요한 역할까지 직무 재설계(리디자인)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 이는 홍콩(4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직무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닉 카티노 딜 정책 헤드는 최근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AI로 생산성이 올라간 것을 넘어 업무의 본질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모든 업무를 사람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 사람이 AI를 감독·검증·지시하는 운영 모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이런 환경에서 실질적인 AI 역량을 키워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게 닉 헤드의 조언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AI 기술에 적응하고 리스킬링하려는 인재들에겐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2023년 이후 AI 튜터, AI 트레이너와 같은 신규 직무가 1000개 이상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인재들은 이 변화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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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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