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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전 73승… 셔틀콕 여제 안세영 ‘황금시대’ [되돌아본 2025 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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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전 73승… 셔틀콕 여제 안세영 ‘황금시대’ [되돌아본 2025 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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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배드민턴·타종목 스타들

안, 단일시즌 95% 역대최고 승률
서승재·김원호, 男복식 11승 최다

피겨 차준환·김채연, AG동반 金
황선우, 자유형 200m 기록 경신
탁구 임종훈·신유빈, 中꺾고 우승
최가온도 스노보드 월드컵 ‘정상’

2025년 한국 스포츠 종목 가운데 세계 무대에서 가장 빛난 것을 들라 하면 누가 뭐래도 배드민턴을 언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해 여자단식과 남자복식 종목에서 새 역사를 쓰며 ‘황금기’를 활짝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한국 배드민턴을 빛낸 주역은 ‘셔틀콕 여제’ 안세영과 신흥 ‘황금콤비’ 서승재·김원호(이상 삼성생명)다. 이들은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끝난 시즌 최종전이자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11승씩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11승을 거둔 남자단식 선수 모모타 겐토(일본)와 함께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기록으로 한국이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 새 이정표를 남기는 순간이었다.


특히 안세영의 성과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안세영은 올 시즌 77경기에서 73승을 거둬 승률 94.81%로 2011년 린단(중국)의 종전 최고 승률 기록 92.75%(64승5패)를 뛰어넘어 단일 시즌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100만3175달러를 벌어 단일 시즌 상금 100만달러(약 14억8100만원)를 돌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난 1월 처음 복식 조를 꾸린 서승재·김원호조도 시즌 11승이라는 대업에 동참했다. 남자복식만 따지면 1988년 중국 리융보·톈빙조가 작성한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 10승을 넘어선 성과다. 서승재의 경우 김원호와 짝을 이루기 전인 올해 초 진용(요넥스)과 BWF 월드투어 슈퍼 300 태국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해 모모타를 넘어서 12승 고지를 밟아 개인 최다승 기록을 쓰게 됐다. 이렇게 서승재와 김원호는 박주봉·김문수, 김동문·하태권, 이용대·정재성의 뒤를 이을 ‘황금콤비’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BWF가 21점제를 15점제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것이 후반부에 강한 ‘안세영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책이 아니냐고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한국 언론에 보낸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오히려 이번 제도 개편은 안세영 같은 톱스타 선수들이 더 오랜 기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5점제 도입 여부는 내년 4월 덴마크 호르센스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회원국들의 찬반 투표로 결정된다.


배드민턴뿐 아니라 여러 종목에서 올 한 해 태극기를 휘날리며 세계에 존재감을 보인 선수들은 적지 않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 간판인 차준환(고려대)과 김채연(수리고)이 2월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실수를 연발한 가기야마 유마(일본)를 꺾고 우승했다. 김채연은 멋진 클린 연기로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가 메달 2개 이상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선우와 김우민(이상 강원도청) 등 한국 수영 간판들도 뛰어난 성과를 낸 한 해였다. 황선우는 10월 부산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에 나서 1분43초92로 역영해 중국 수영 스타 쑨양이 가지고 있던 종전 아시아기록(1분44초39)을 8년 만에 경신했다. 잠시 슬럼프에 빠진 듯했던 황선우는 좋은 기록을 남기며 확실히 살아났음을 분명하게 알렸다. 여기에 앞서 김우민은 7월 열린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지난해 카타르 도하 대회에 이어 이 종목 2회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탁구 혼합복식의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신유빈(대한항공)은 높기만 해 보였던 만리장성을 넘어 세계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들은 지난 13일 홍콩에서 끝난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홍콩 파이널스 2025 혼합복식 종목에서 준결승과 결승에서 모두 최강 중국 선수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특히 결승 상대는 남녀 단식 세계랭킹 1위끼리 호흡을 맞춘 왕추친·쑨잉사조여서 더더욱 값진 승리였다. 임종훈·신유빈조는 그간 왕추친·쑨잉사조를 상대로 6전 전패를 당했지만 일곱 번째 대결 만에 첫 승리를 따낸 것이기도 했다.


동계올림픽 시즌이 시작되면서 설원에서도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스노보드 강자 최가온(세화여고)이 2025∼2026시즌 열린 두 번의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023년 12월 미국 대회에서 생애 첫 월드컵 1위에 오르며 기대주로 등장했던 최가온은 지난해 1월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고 1년 동안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고난을 이겨내고 이번 시즌 다시 복귀한 최가온은 개인 통산 월드컵 3승째를 달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해, 다가올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노보드 첫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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