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국민의힘은 28일 이재명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을 속전속결로 제명했다. 보수정당에서만 3선을 지낸 이 전 의원의 변심에 국민의힘은 충격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이 전 의원을 제명했다. 이 전 의원이 서울 중구·성동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서 했던 당무 행위도 모두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에서 “이 전 의원은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며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하는 등 당무 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정상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로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협잡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로 결코 묵과할 수 없으며,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전 의원 제명은 후보자 지명 소식이 알려진 지 3시간 만에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은 내지 않았지만 격앙된 분위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에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탐나더냐’라는 문장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강세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 탈당계조차 내지 않고 이재명 정부에 합류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낌새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후보자(이 전 의원)가 29일 예정된 중구성동 당원연수회를 위해 며칠 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축사를 부탁했다”며 “3일 전에는 축사 영상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관 인사 검증이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극명한 이중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진영에서는 이 전 의원의 탄핵 반대 발언을 문제 삼았다. 탄핵 정국 때 ‘탄핵반대 당협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던 이 전 의원은 지난 2월 집회에선 “불법 탄핵을 중단하고 윤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주장하는 등 반탄 스피커로 활동해 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 기준으로는 계엄을 옹호한 이 전 의원 같은 사람은 ‘내란청산 태스크포스(TF)’ 숙청대상 0순위”라며 “이재명 정권이 계엄을 공개적으로 적극 옹호한 이 전 의원을 장관 시키는 건 저질 코미디”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내란청산TF’부터 오늘 즉시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보수의 변절은 유죄! 이혜훈 검증 착수”라고 썼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도 “배신감이 큰 만큼 더욱 철저하게 인사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언행부터 불법 의혹까지 모든 걸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에서도 이 전 의원의 장관 지명에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의원이 과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진이 담긴 기사 4건을 공유했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전 의원의 능력이 얼마나 높은지 몰라도, 윤석열 탄핵을 외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신다면 대통령실은 이 전 의원 발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기획예산처는 국가의 미래를 기획하는 전담 부처로서, 복지와 성장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를 수행하는 곳인 만큼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park.junky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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