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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에도 고환율 전망, 경제체력 강화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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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에도 고환율 전망, 경제체력 강화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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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들, 1424~1440원 내다봐
제도 정비해 기업 국내 투자 늘려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스1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스1


올 한 해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고환율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향후 3개월 평균은 1440원, 6개월은 1426원, 12개월은 1424원 수준이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한국의 적정 환율인 1330원대보다 100원 안팎 높은 수치다.

이처럼 고환율 전망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은 견조한 소비와 투자 흐름을 바탕으로 2%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유인이 크지 않다. 실제로 내년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는 한두 차례에 그치고, 3·4분기 이후에는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한국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미국과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25%p 낮다.

한미 금리 차가 존재하는 한 국내 자금이 상대적으로 수익률과 안정성이 높은 미국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크다. 달러자산 선호가 지속될 경우 원화 약세, 즉 고환율 흐름을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어렵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는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자물가 전반을 끌어올려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약화시킨다.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 통화정책 운용에도 제약이 생겨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부담은 기업 부문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원가 상승으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외화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과 금융기관은 환차손 위험에 노출돼 재무 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수출기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글로벌 수요둔화와 원가 상승을 고려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 한 해 5000만원 한도로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그만큼 국내주식을 매입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과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개인, 기업, 연금 등이 보유한 달러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려는 직접적인 조치들이다. 단기적인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환율 안정을 위한 근본 해법은 국내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해 수출을 늘리고 이익을 재투자해 외화를 지속적으로 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야 외환수급도 안정된다. 이를 위해 세제·노동·규제 전반에 걸친 제도 정비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체질 개선 노력 없이 환율 안정만 기대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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