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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가전 경쟁력 '피지컬 AI'에 이식···반도체 사업 부활 이끈다

서울경제 허진 기자,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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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가전 경쟁력 '피지컬 AI'에 이식···반도체 사업 부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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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칩도 직접 설계
20년전 남겨둔 반도체 기술 '불씨'
AI생태계 확산 맞물려 본격 시너지
설계 내재화로 가전·로봇 등 선점
HBM·유리기판 장비로 영토 넓혀


LG전자(066570)가 세 번째 자체 반도체 ‘DQ-C2’ 개발을 완료한 것은 단순한 부품 내재화를 넘어 미래 사업의 핵심인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경쟁력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로봇과 휴머노이드 등 움직이는 기기로 이식하고 나아가 반도체 및 장비 사업까지 아우르는 거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자체 칩을 매개로 LG의 주력인 가전과 미래 먹거리인 로봇·반도체 사업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자체 설계한 DQ-C2 칩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DQ-C2는 2022년 DQ-1과 지난해 DQ-C에 이은 3세대 자체 칩이다. 이번 신형 칩은 AI 가전 성능 고도화는 물론 향후 출시될 가정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탑재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반도체 설계를 내재화해 우선 AI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쥔다는 방침이다. 세탁기가 옷감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복합적인 명령을 이해하고 수행하려면 고성능 칩이 필수적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칩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범용 칩은 가격이 비싸고 가전 제품에 쓰기엔 불필요한 기능이 많아 원가 경쟁력과 최적화 측면에서 자체 칩 개발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향후 순차적으로 자사 로봇인 클로이와 홈로봇 클로이드, 나아가 휴머노이드까지 자체 칩을 탑재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칩 설계 등 개발 능력 강화와 함께 국내 팹리스와 협업해 AI 칩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산업통상부가 주도하는 ‘K온디바이스 반도체 프로젝트’에 참여해 국내 팹리스 기업인 모빌린트·하이퍼엑셀 등과 협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1조 원을 지원하는 이번 사업을 통해 LG전자는 로봇청소기와 휴머노이드에 들어갈 전용 AI 칩을 개발한다.

이는 중국 로보락 등에 내어준 로봇청소기 시장 주도권을 되찾고 차세대 전장인 휴머노이드에서 하드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 로보락은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21.8%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용 칩보다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로봇용 칩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복안이다.


단순 칩 설계를 넘어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 시장으로도 전선을 넓힌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유리기판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 시장은 2030년 43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그룹 내 계열사의 장비 개발을 맡으며 축적한 핵심 기술을 신사업으로 연결하고 있다. LG전자가 개발 중인 장비로는 △HBM용 검사 장비 △기판 및 HBM 접합 장비(본더) △반도체 기판용 레이저 다이렉트 이미징(LDI) 노광 장비 △유리기판용 글라스관통전극(TGV) 레이저 및 검사 장비 등이 있다.

특히 HBM용 장비는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등을 포함하며 2028년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LDI 장비는 이미 1.5~3㎛(마이크로미터)급 해상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반도체 사업 확대는 1999년 ‘반도체 빅딜’로 사업을 접은 아픔을 딛고 사실상 반도체 사업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 LG그룹은 정부 주도 구조조정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겨야 했다. 그러나 가전 제어용 칩 설계를 담당하던 맞춤형 반도체(ASIC)센터(현 시스템온칩(SoC)센터)만은 내부에 남겨 기술의 불씨를 지켜냈다. SoC 조직을 모태로 20년 넘게 절치부심하며 내재화한 설계 역량이 AI 시대를 맞아 다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이달 임원 인사에서 반도체 개발 총괄인 SoC센터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김진경 센터장의 부사장 승진은 단순 진급 이상의 의미”라며 “SoC 반도체 개발 조직의 내부 위상 강화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주요 사업으로 자리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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