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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호프' vs 놀란 '오디세이'…2026년 극장가 슈퍼매치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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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호프' vs 놀란 '오디세이'…2026년 극장가 슈퍼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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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 포스터.  플러스엠

영화 '호프' 포스터. 플러스엠

영화 산업의 침체는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관객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제작 편수가 쪼그라들었다는 말은 상투어에 가깝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어떤 영화들은 한 줄짜리 개봉 소식만으로도 공기를 바꿔버린다. 인간은 이야기에 반응하는 존재이고, 상상된 이야기는 늘 도파민을 치솟게 하기 때문이다. 2026년 개봉을 앞둔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네필들에게 내년 가장 중요한 달은 아마도 '7월'일 듯하다. 나홍진의 '호프'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극장가에서 맞붙기 때문이다.

영화 '호프'는 황정민·조인성·정호연에 알리시아 비칸데르·마이클 패스벤더·테일러 러셀 등 국내외 유명 배우들이 결집한 작품으로, '추격자' '황해'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의 4번째 미스터리 스릴러다. DMZ 인근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의 외곽에서 미지의 생명체가 목격되자 호포항출장소장 범석(황정민)과 사냥꾼 성기(조인성)가 실체를 추적한다. 미지의 생명체는 '외계인'으로 알려졌다. 영화 '추격자'가 악은 내부에 있음을, '황해'가 악에는 경계가 없음을, '곡성'이 악은 해석되지 않는 존재임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호프'는 정체조차 파악되지 않는 악은 세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주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호메르스의 고전 '오디세이아'를 원작 삼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 역시 감독의 세계관과 맞닿은 영화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가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았는데,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으로 나온다. '귀환'은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반복적 주제였다.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세 겹의 꿈을 설계하는 코브('인셉션'), 딸에게 돌아가고자 '사건의 지평선'을 유영하는 쿠퍼('인터스텔라'), 승리 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오펜하이머')의 연장선에 선 작품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디즈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디즈니

외화 최고의 기대작은 20년 만의 후속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로 전편의 메릴 스트리프,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등 2006년 1편의 '멤버'들이 세월이 무색한 외모로 전부 출연한다. 사전 공개된 예고편에선 엘리베이터에서 앤드리아(앤 해서웨이)와 재회한 미란다(메릴 스트립)가 "오래 걸렸군"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저 한 줄의 대사는 20년의 세월을 응축한다.

C S 루이스 원작 '나니아 연대기'는 그레타 거윅의 손으로 재건된다. 외신에 따르면 '나니아 연대기' 7권 중 '마법사와 조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흥행작 '마션'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의 다른 소설을 원작 삼은 '프로젝트 헤일메리', 드니 빌뇌브 감독과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듄: 파트 3'도 기대를 모은다. 스티븐 스빌버그가 제작자로 나선 '구니스2'는 세월의 향수를 느끼게 할 전망이다.


국내 최고 기대작은 류승완 신작 '휴민트'다. 블라디보스토크 국경이 배경인 이 작품에서 한국 국정원의 조과장(조인성)과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격돌한다. 2012년 '베를린'을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 영화 침체기에도 '모가디슈' '베테랑2' '밀수'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 중인 류승완 감독이 이번에도 안타 이상의 성적을 거둘지 주목을 끈다.

장항준의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개봉을 앞둔 영화로 계유정난 이후 밀려난 어린 왕이 강원도 영월 산골마을 광천골로 유배되는 줄거리다. 촌장 엄흥도 역에 유해진, 한명회 역에 유지태, 폐위된 왕에 박지훈이 캐스팅됐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타짜'의 네 번째 작품이다. 이번엔 화투가 아니라 포커다. 연상호의 '군체'에선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고수가 손을 잡았다. 바이러스로 건물이 봉쇄되는 좀비물이다.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작품으로 하반기 공개가 유력하다. '버닝'의 공동 집필자인 오정미 작가가 각본에 참여하고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주연이다. 해외 영화제 출품이 유력한데 넷플릭스 영화란 점을 감안하면 칸보다는 베네치아 출품이 유력해 보인다.


허진호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벌어졌던 '박정희 대통령 저격미수 사건', 즉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다룬다. 그날의 사건을 직접 본 중부서 경감 역에 유해진, 의문점을 파헤치는 신문사 사회부장 역에 박해일, 신문사 신입기자 역에 이민호가 출연한다.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당시 사건은 '진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저 의혹들을 전면화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박민규의 전설적인 작품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 삼은 '파반느', 낸시 마이어스의 동명 외화를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최민식.한소희 주연의 '인턴'도 눈길을 끈다. 더는 잃을 게 없는 세 여성이 은행을 터는, 염정아 주연의 '랜드', 수양과 안평의 이야기를 그린 김남길·박보검 주연의 '몽유도원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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