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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젤렌스키 담판 짓겠다는데…퇴짜부터 준비하는 러

이데일리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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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젤렌스키 담판 짓겠다는데…퇴짜부터 준비하는 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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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공습에 푸틴 "우크라, 해결 원치않아" 비판
미·우크라 종전안 합의해도 러 수용 쉽지 않을듯
젤렌스키, 트럼프 만남 앞서 유럽·加 지지 재확인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플로리다 회동을 앞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종전안에 합의하더라도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합동군 사령부 중 한 곳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27일(현지시간) 합동군 사령부 중 한 곳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합동군 사령부 중 한 곳을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평화적 수단으로 전쟁을 끝내는 데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의 모든 목표를 무력으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전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모든 임무가 특별군사작전 계획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중부 및 동부 전투단 사령관 및 지휘관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미르노흐라드, 로딘스케, 아르테미우카와 자포리자 지역의 훌랴이폴레, 스테프노히르스크를 점령했다고 보고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손상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위치한 주거용 건물.(사진=AFP)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손상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위치한 주거용 건물.(사진=AFP)


그런가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공개된 타스와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건설적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유럽 국가들을 비난하면서 이들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도 이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7일새벽 러시아는 약 500기의 드론과 40기의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타격했다. 이 여파로 키이우 전역에 긴급 정전이 시행됐으며, 난방 공급도 끊겼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와 인근 지역에서 2명이 사망했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4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습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과 그의 측근들은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전 세계에 압력을 가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발언과 움직임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종전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일찌감치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종전안과 관련해 이견을 상당 부분 좁혔지만 영토 문제에 관한 견해차가 여전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오후 직접 만나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기자들에게 미국 주도의 종전 구상에 대해 “20개 항목의 평화안 초안이 90% 완성됐다”면서 최근 도출된 20개 항목의 종전안과 안전 보장 문제, 전후 재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토 문제는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군대를 철수하고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영토를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전투를 중단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절충안으로 우크라이나가 해당 지역을 떠날 경우 자유경제구역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를 찾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만났다. 카니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을 “야만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서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25억캐나다달러(약 2조 6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지원 제공을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화상 회의로 유럽 지도자들과 회담했다. 이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X, 구 트위터)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보존하고 국가의 안보·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라는 공동 목표로 이어지는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