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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장보고서] '세컨드 파운드리' 찾는 빅테크…삼성, 테슬라 다음 노린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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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장보고서] '세컨드 파운드리' 찾는 빅테크…삼성, 테슬라 다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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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반차장] 50% 관세 유지에 '추가 인상' 예고…원산지·장기계약 다시
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반차장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반차장이 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반차장보고서>에서는 이번 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주요 뉴스들을 간결하게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놓친 반도체 이슈를 확인해 보시죠.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이번 주 반도체 시장은 '생산 파트너'와 '무역 시간표'가 동시에 흔들린 한 주였습니다. 빅테크와 대형 팹리스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두 번째 파운드리'를 다시 찾기 시작했고 미국은 중국산 반도체 관세를 둘러싼 데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찍었습니다. 한쪽은 공급과 수율, 다른 한쪽은 원산지와 계약 조건이 핵심입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고객사들이 이제 '비상시 시나리오'를 문서로 남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 테슬라 공개 언급 이후…삼성 파운드리 '첨단 2나노+성숙 8나노' 투트랙

삼성전자 파운드리 쪽 분위기는 분명 달라졌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자율주행 칩 생산 파트너로 삼성 파운드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레퍼런스'가 시장에 찍혔습니다. 테슬라가 TSMC와 삼성 양쪽 생산을 거론했다는 점 자체가 고객사들이 공급망 리스크를 한 번 더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테슬라 이후의 흐름입니다. 업계에선 인텔이 8나노 PCH(플랫폼 컨트롤 허브) 물량을 삼성에 맡기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AMD도 2나노급 서버 CPU와 관련해 삼성과 협의가 거론됩니다. 공정 노드가 서로 다른 계약이 동시에 논의된다는 건 삼성 입장에선 '한 방'보다 '가동률과 신뢰'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든다는 의미가 큽니다. 첨단 공정은 성능·전력 효율이 관건이고 성숙 공정은 납기·원가·안정성이 핵심입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현실은 결국 이 두 축을 함께 굴려야 수익성과 체력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숫자는 냉정합니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그래서 삼성의 이번 국면은 '점유율 반등'보다 '신뢰 회복'에 가깝습니다. 이름값 있는 고객이 실제 양산까지 이어지면 시장에서 삼성 공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뀝니다. 반대로 작은 품질 이슈 하나에도 부담이 큰 영역이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보수적인 고객이 2나노·8나노 물량을 삼성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공정 안정성이 일정 수준 올라왔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하는 배경입니다.

미국 쪽에선 관세 변수의 '시간표'가 더 뚜렷해졌습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산 반도체에 대해 추가 관세 인상은 18개월 뒤로 미루되 현재 적용 중인 50% 관세 기조는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인상의 발효 시점을 2027년 6월 23일로 명시했습니다. '당장 더 때리진 않지만 언제 올릴지는 정해뒀다'는 메시지입니다.




◆ 50% 관세는 그대로…내후년 시한 못 박은 美

이 조치는 단기 충격을 줄이는 대신 중장기 계약 구조를 바꾸는 쪽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고객사 입장에선 지금 시점부터 '언젠가 더 비싸질 중국산'이라는 전제를 계약서에 반영해야 합니다. 원산지 증빙을 어떻게 할지 어느 공정부터 중국 비중을 줄일지, 관세 비용을 가격·물량 조건에 어떻게 나눠 담을지 계산이 들어갑니다. 공장을 당장 옮기는 뉴스가 아니라 조달 설계를 다시 짜는 뉴스에 가깝습니다.


한국 공급망에는 기회와 부담이 같이 있습니다. HBM, 고용량 DDR5, 패키징 같은 고부가 영역에선 '비중국 옵션' 선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한국 등 복수 거점을 가진 기업은 협상에서 카드가 늘어납니다. 반대로 중국 내 생산·패키징 비중이 높은 일부 후공정·소재 기업은 '논차이나 라인을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느냐'가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시간표를 공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리하면, 이번 주는 고객사들이 공급망을 보는 방식이 한 단계 바뀐 주간이었습니다. 테슬라·인텔·AMD 같은 이름들이 삼성 파운드리를 거론하는 건 '한 곳에 몰아주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는 신호입니다. 미국이 2027년 데드라인을 찍은 건 '관세·원산지 리스크'를 가격과 물량에 반영하라는 압박입니다. 결국 시장은 '누가 더 싸게'보다 '누가 더 안전하게'로 기준을 옮기고 있습니다.

삼성은 당장 점유율 숫자를 바꾸기보다 첨단과 성숙 공정을 묶어 '맡길 수 있다'는 인식을 쌓는 단계로 보입니다. 관세 시간표가 공개된 만큼 내년부터는 고객사들의 장기계약과 듀얼 소싱이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에게 중요한 건 테슬라 '다음'이 실제 양산·납기·품질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컨드 파운드리 프리미엄을 실적으로 바꾸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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