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인센티브 등 크리스마스 총공세
2거래일 만에 환율 40원 떨어졌지만
‘세금 감면’ 당근에도 서학개미 시큰둥
美 장기 투자 대상인데 韓은 불안 인식
2거래일 만에 환율 40원 떨어졌지만
‘세금 감면’ 당근에도 서학개미 시큰둥
美 장기 투자 대상인데 韓은 불안 인식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 1500원선마저 위협하자 정부가 크리스마스이브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습니다.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구두 개입으로 강력한 시장 관리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해외 투자 중인 서학개미와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세제 인센티브를 내놓은 겁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 만에 40원 넘게 하락하면서 1480원에서 1440원대로 레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효과로 환율이 급락했다는 해석과 함께 실개입 물량과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등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책 발표 이후인 24일과 26일 환율이 반등 조짐을 보일 때마다 장대 음봉이 나오는 계단식 차트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시장 개입 부작용을 알면서도 연말 환율 종가 관리를 위해서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겁니다.
올해가 얼마 남진 않았으나 연말까진 환율이 상승 전환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저성장 등 원화의 구조적인 약세 요인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당국이 언급한대로 원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외 투자 증가라면 이 문제부터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한 세제 인센티브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 인센티브는 3가지입니다. 먼저 개인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국내로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만들었습니다. 이달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1인당 5000만 원까지 비과세하겠다는 겁니다. 현재는 250만 원을 공제한 이후 22%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개인도 투자할 수 있는 선물환 매도 상품을 도입해 해외 주식에 대해 환 헤지를 할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론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비과세하는 비율을 9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한다고 합니다.
해외 주식 투자로 많은 수익이 발생했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에게 이번 대책은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이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일부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나 테마주에 단기 투자하는 사례도 있지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꾸준히 모아가는 장기 투자자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단기 투자자는 세금을 걱정할 만큼 수익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장기 투자자들을 움직이기엔 세제 혜택이 크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서학개미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장기 수익률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 인공지능(AI)·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에서 앞서가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서학개미들이 자체적으로 원화 리스크를 헤지하고 있는데 당국이 나서서 시장 가격을 한쪽 방향으로 유도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선물환 매도 상품에 투자해 환 헤지를 했다가 원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수출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반도체·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기순환적 특성상 주가가 언제 다시 하락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개입이나 정책 효과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환율이 하락한 시기를 활용해 달러를 미리 환전해둬야 한다는 반응마저 보입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투자는 장기 투자로 이미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이걸 팔고 국장으로 넘어오라는 건 국민들에게 계속 단타를 치라는 의미”라며 “장기 투자자들은 절대 안 움직일 텐데 국민 수준을 너무 무시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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