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비 마하잔 노키아 최고 기술·AI 책임자./노키아 |
“6G(6세대 이동통신)는 단순히 속도 경쟁이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가 지능을 갖고 스스로 판단·학습하는 인프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팔라비 마하잔(Pallavi Mahajan) 노키아 최고 기술·AI 책임자(Chief Technology and AI Officer)는 28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키아는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무선 기술을 결합해, 자율적으로 운영·최적화되는 네트워크인 AI-RAN(AI 기반 무선접속망)을 내세우며 6G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엔비디아는 지난 10월 노키아에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엔비디아는 주당 6.01달러의 가격으로 약 1억6639만주의 노키아 신주를 인수, 지분 2.9%를 확보하면서 노키아의 2대 주주가 됐다. 이를 통해 노키아는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반 무선통신 인프라인 AI-RAN 공동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AI-RAN은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AI 로봇 등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실시간 네트워크 최적화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통신 인프라로 꼽힌다.
마하잔 최고기술·AI책임자는 “AI-RAN 개발은 노키아가 추구하는 6G 혁신의 중요한 일환이다. AI 기반 무선접속망 최적화 기술은 네트워크 자원의 동적 할당을 가능하게 하고, 실시간 예측과 자동 조정을 통해 네트워크 성능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 절감과 지연 시간 단축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키아가 제시하는 6G 로드맵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노키아의 6G 로드맵은 AI·머신러닝 통합을 기반으로, 네트워크가 스스로 예측하고 적응하는 자율형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테라헤르츠(THz) 대역 활용, 네트워크 슬라이싱, 엣지 컴퓨팅과 클라우드 통합, 양자 내성 암호 등 차세대 보안 기술, 에너지 효율 중심의 설계가 핵심 축을 이룬다. 노키아는 ‘연구·표준화→ 프로토타입·실증→ 2030년 전후 상용화’라는 단계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6G 상용화에서 노키아의 강점과 경쟁사 대비 차별화 요소는.
“노키아는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 역량을 갖고 있다. 기지국·코어·전송·관리 시스템까지 하나의 통합 구조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다. 또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학계·정부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표준화와 연구개발(R&D)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을 핵심 전략에 두고 있어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6G 시장 요구와도 부합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6G 시대 기술 리더십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본다.”
―AI 기반 RAN 최적화 기술은 6G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5G와는 어떻게 다른가.
“AI 기반 RAN은 네트워크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AI가 주파수·전력·처리 능력 등 자원을 실시간 분석해 동적으로 배분하고, 예측 유지보수로 장애나 성능 저하를 사전에 해결한다. 이용자별 트래픽 패턴 분석을 통해 초개인화된 네트워크 경험도 제공할 수 있다. 5G에서는 AI가 효율 개선과 운영 자동화 수준에 머물렀다면, 6G에서는 트래픽·서비스·단말 상태를 실시간 학습하는 ‘인지형 네트워크’가 구현돼 완전자율형 운영에 가까운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노키아 AI-RAN 기술이 지금까지 거둔 구체적 성과는 무엇인가.
“노키아는 AI-RAN 플랫폼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방식(software-defined RAN)’을 도입해 고객이 점진적으로 네트워크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AI 최적화를 적용한 결과, 에너지 소비를 최대 30% 절감한 내부 사례가 보고됐고, 지연 시간·응답 속도 개선으로 이용자 경험도 향상되고 있다. 이는 통신사의 비용 절감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에 직접 기여하는 성과라고 평가한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노키아의 6G·AI-RAN 전략에 어떤 시너지가 있나.
“엔비디아는 GPU와 AI 칩셋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노키아의 AI 네트워크 기술을 강화하는 데 핵심 파트너다. AI-RAN의 핵심인 빔포밍, 채널 추정 등 무선 기능에는 고도화된 AI 연산이 필요한데, 엔비디아 GPU는 이러한 복잡한 모델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주파수 효율과 서비스 품질(QoS)을 높여준다. 노키아의 anyRAN 소프트웨어 방식과 결합하면 다양한 하드웨어·클라우드 환경에서 최적 성능을 유지하는 유연한 네트워크 운영이 가능해진다.”
―엔비디아와의 구체적인 협력 계획은 무엇인가.
“첫째, AI·엣지 컴퓨팅 기술 발굴을 위한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 엔비디아 칩셋을 노키아 네트워크·RAN 솔루션에 통합해 성능·효율·에너지 측면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셋째, 통신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기술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노키아는 티모바일 US·엔비디아와 함께 AI-RAN 센터(AI-RAN Centre)를 설립해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상용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적 도전 과제는 없나.
“AI·클라우드 결합 구조는 네트워크가 스스로 운영을 최적화하고, 서비스 요구에 따라 자원을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자율형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엣지·클라우드 통합 인프라 구축, 신뢰성과 투명성을 갖춘 고급 AI 모델 개발, 양자 내성 암호 기반 보안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 동시에 새로운 주파수 자원 확보와 규제·표준 정비, 초고성능 인프라 구축 비용, 기존 4G·5G와의 상호운용성 확보 등도 6G 구축 과정의 큰 도전 과제다.”
―6G와 AI 융합이 통신을 넘어 다른 산업과 글로벌 협력에 미치는 영향은.
“AI 기반 네트워크가 완전히 구축되면 반복적 운영 업무는 자동화되고, 사람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하게 된다. 예측 분석으로 장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해 신뢰성과 가용성이 높아지고, 자원 배분·트래픽 관리도 AI가 최적화해 비용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게 된다. 제조·물류·자동차·헬스케어·스마트시티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새로운 연결성과 자동화 요구가 커질 것이다. 노키아는 산업 특화형 네트워크 구조와 서비스 모델을 제공해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공·민간 협력, 국제 표준화, 산학연 컨소시엄이 필수이며, 노키아는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플래티넘 멤버 참여 등 개방형·지능형 네트워크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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