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삼성, 대림···국중박과 함께 문화 융성하는 K기업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80년 만에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우며 ‘K전시’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기업 전시 공간까지 관람객이 몰리면서 K컬처의 다음 주자로 ‘전시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11월 30일 기준 연간 관람객 581만 4265명을 기록했다. 개관 이래 처음으로 600만 명 돌파를 앞둔 수치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개관 이후 올해까지 누적 관람객이 1억 66만 9308명으로, 80년 역사상 처음 1억 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과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 열풍 등이 관람객 증가를 견인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관람객 규모는 글로벌 톱 티어 박물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2024년 기준 루브르(873만 명), 바티칸(682만 명), 영국박물관(647만 명), 메트로폴리탄 미술관(572만 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흥행을 계기로 문화예술에 수십 년간 투자해 온 K기업들의 전시 공간도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은 최근 ‘케데헌’ 열풍에 맞춰 1592년작 까치호랑이 그림을 국내 최초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430년 전 호랑이 이미지가 오늘날 K컬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전시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대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 역시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전시 명소로 자리 잡았다. 디뮤지엄은 30주년을 맞아 페트라 콜린스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을 전면 무료로 열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온 작가의 전시는 전통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형 전시로 확장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뮤지엄은 ‘글로벌 문화 유산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비전으로 30여 년간 소장품을 축적해 왔다. 현재 음악·영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소장품은 약 50만 점에 달한다. 최근 3년간 21차례 전시를 열며 누적 관람객 8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스포츠 전시는 이랜드뮤지엄의 대표 흥행 콘텐츠로 떠올랐다. 농구, 야구, 축구 전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대형 쇼핑몰의 집객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내년 3월까지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디어 바스켓볼(DEAR BASKETBALL),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 vol.2’를 선보인다. 코비 브라이언트, 스코티 피펜, 드와이트 하워드 등 NBA 전설들의 실착 유니폼과 트로피 등 160여 점의 소장품이 공개됐다. 전시는 ‘덩크’를 키워드로 농구 기술을 넘어 문화 현상으로서의 NBA 역사를 조명한다.
이에 대해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지난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 vol.1' 전시에 대한 성원에 힘입어, NBA를 빛낸 선수의 유산을 만나볼 수 있는 농구 전시를 새롭게 준비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스포츠가 가진 힘과 감동을 느끼고, 전시장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K팝·K드라마에 이어 전시 콘텐츠가 K컬처의 새로운 확장 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관람을 넘어 굿즈, SNS 공유, 체험형 콘텐츠까지 결합되면서 ‘보는 문화’를 ‘즐기는 산업’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중박이 연 600만 관객을 바라보는 가운데, 삼성·대림·이랜드 등 국내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전시 인프라도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면서 ‘K전시’가 또 하나의 글로벌 한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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