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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메이크업' 외모 달라졌다…'2000만원대 인생 첫차' 추천

중앙일보 김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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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메이크업' 외모 달라졌다…'2000만원대 인생 첫차'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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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차대차⑦ 2000만원대 첫차, 르노 아르카나 vs 현대 아반떼





2025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신입생과 신입사원 등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기다리는 2026년이 코앞이다. 이번 주제를 ‘첫차’로 정한 배경이다. 취지를 고려해 가격은 2000만원대로 묶었다. 그 결과 두 엔트리 모델을 후보로 추렸다. 르노 아르카나 1.6 GTe와 현대 아반떼 1.6 가솔린이다.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모델이니 둘 다 아는 얼굴이다. 판매량 관점에서 승부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올해 1~10월 누적 판매는 르노 아르카나 4227대, 현대 아반떼 7만2558대로 무려 17배 차이. 심지어 아반떼는 10월에만 5459대를 팔아 아르카나의 10개월 실적을 앞섰다. 그런데 둘은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엔진 형식과 배기량, 최고출력, 무단변속기, 앞바퀴 굴림, 심지어 서스펜션 형식마저 판박이다. 그러나 차이점 또한 많다. 우선 용도 좌우할 장르가 세단과 SUV로 나뉜다. 주행 감각은 기대 이상 정갈하다. 지금부터 살펴보자.

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ceo@roadtest.kr), 김창우 중앙일보 경제선임기자, 사진= 서동현 로드테스트 기자

현대 아반떼(왼쪽)와 르노 아르카나.

현대 아반떼(왼쪽)와 르노 아르카나.



아르카나는 2019년 5월 러시아에서 처음 데뷔했다. 르노 그룹의 루마니아 자회사 다치아가 2010년 출시한 더스터 1세대의 B0 플랫폼을 밑바탕 삼았다. 2023년 부분변경을 거쳐 지금 모습으로 거듭났다. 반면 르노삼성 XM3의 ‘배지 갈이’ 버전인 국내용 아르카나의 플랫폼은 모듈형인 CMF-B. 그래서 러시아의 아르카나보다 차체 길이가 25㎜ 더 길다.

아반떼의 뿌리는 1990년 데뷔한 개발명 ‘J1’의 엘란트라. 1995년 2세대로 진화하면서 국내에서 아반떼로 개명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지금도 엘란트라로 판다. 1세대 때 마케팅으로 다진 인지도를 의식해서다. 이후 아반떼는 세대교체를 거듭해 지금의 7세대에 이르렀다. 2020년 출시해 2023년 상품성을 업데이트했다. 내년 개발명 ‘CN8’의 8세대로 진화한다.

현대 아반떼

현대 아반떼



두 차종 모두 충분한 검증과 보완을 거쳐 가장 무르익은 상태다. 시작 가격은 올 연말까지 예정한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아르카나 1.6 GTe 테크노가 2300만 원, 아반떼 1.6 가솔린 스마트가 2034만 원. 그런데 아르카나는 12월 옵션 무상 제공 및 관계사 할부 이용 등 모든 조건을 더해 총 370만원의 혜택을 준다. 아반떼보다 저렴해지는 셈이다.



아반떼, 한달만에 아르카나 일년치 팔아치워



둘은 장르만큼 디자인도 확연히 다르다. 아르카나는 통통하고 둥글둥글하다. 아반떼는 납작하고 예리한 날을 세웠다. 껑충한 아르카나가 언뜻 더 커 보인다. 그런데 아반떼가 더 크다. 아르카나의 차체 길이는 4570㎜. 유럽의 C세그먼트 기준 4500㎜를 웃돈다. 아반떼는 세대교체 때마다 덩치를 키운 결과 이제 4710㎜. 어느덧 D세그먼트의 경계에 걸쳤다. 너비는 아반떼가 5㎜ 넓다. 키는 아르카나가 1570㎜로 아반떼를 15㎝ 높은 데서 굽어본다. 46㎜ 더 높은 186㎜의 최저지상고 덕분이다. 옆에서 본 실루엣은 둘 다 쿠페처럼 날렵하다. 아르카나의 몸매는 뒤로 갈수록 두꺼워진다. 대신 차체 아래쪽에 무광 검정 플라스틱 클래딩을 씌웠다. 날씬해 보이는 착시현상을 꾀한 셈이다. 지능적 체형보정이다.

르노 아르카나

르노 아르카나



아르카나의 원점은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XM3 인스파이어 콘셉트카다. 르노 그룹과 르노삼성(현 르노코리아) 디자인 스튜디오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당시 발표를 맡은 르노 그룹 디자인 총괄 로렌스 반 덴 에커 부회장은 “르노는 인간 중심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아르카나는 어느덧 출시 6년차다. 하지만 여전히 외모가 매력적이다.

아반떼 실내공간

아반떼 실내공간



이번 아반떼 디자인의 핵심은 ‘매개변수 역학(Parametric Dynamics)’. 전통적인 점토(클레이) 모형 대신 ‘오토캐드(AutoCAD)’의 매개변수 모델링으로 완성해 이런 타이틀을 붙였다. 현대차는 SUV가 지배적인 C세그먼트 시장에서 세단으로 존재감 확보하기 위해 스포티한 디자인에 집중했다. ‘종이접기’처럼 날카롭고 입체적인 면으로 차체를 수놓았다. 둘 다 부분변경을 거친 해당 세대의 최종 진화형. 아르카나는 르노의 로장주(마름모) 엠블럼과 투명한 커버 씌운 테일 램프로 단정해졌다. 여기에 컬러 패키지 옵션을 더해 아랫입술과 꽁무니 밑까지 빨갛게 물들인 ‘풀 메이크업’ 상태. 아반떼는 페이스리프트 때 헤드램프 윗부분을 오려냈다. 보닛 선에 맞춰 눈을 가늘게 떠서 이전보다 한층 공격적인 외모다.


차체 크기

르노 아르카나 1.6 GTe 현대 아반떼 1.6 가솔린
길이(㎜) 4570 4710(+140)
너비(㎜) 1820 1825(+5)
높이(㎜) 1570(+150) 1420
휠베이스(㎜) 2720
공차중량(㎏) 1300(+40) 1260
트렁크 용량(L) 513~1263 474




중형차 뺨치는 실내 공간, 아반떼가 좀 더 여유로와



아르카나와 아반떼는 실내 공간 좌우할 휠베이스가 2720㎜로 같다. 운전석 앉았을 때 시야는 아르카나가 확실히 높다. 그런데 시야는 오히려 아반떼가 좀 더 좋다. 넓은 앞 유리 면적 덕분이다. 아반떼는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을 다층적 라인으로 이어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꾀했다. 아르카나는 전체 흐름 강조하는 기교보단 부위별 조형미에 신경 썼다.

아르카나 실내공간

아르카나 실내공간



두 대 모두 앞좌석 공간은 철저히 운전자 중심. 가령 센터페시아가 살짝 고개 틀어 운전자를 바라본다. 아반떼는 여기서 한술 더 뜬다. 실제로 쥐기엔 버겁지만, 손잡이 형태의 격벽으로 동반석과 공간 분리를 시도했다. 앞좌석 사용 환경에 초점 맞춘 C세그먼트의 특징이다. 우뚝 솟은 기어 레버는 바이 와이어 기술을 넣지 않은 차령을 암시하는 단서다.


아반떼 디지털 계기판

아반떼 디지털 계기판



정보창엔 디지털 기술이 스몄다. 시승차 트림 기준, 아르카나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3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짝지었다. 아반떼는 계기판 가운데만 4인치 LCD, 대시보드엔 8인치 터치스크린이 들어간다. 참고로 아반떼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을 고르면, 10.25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눈에 띄는 이음매 없이 나란히 붙일 수 있다.

아르카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

아르카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



둘 다 공조장치는 다이얼과 버튼 등 물리 스위치로 남겨 운전하면서 쓰기 편하다. 아반떼 센터 디스플레이의 화면 구성은 PC를 연상시킨다. 여러 앱을 보기 좋게 정돈했는데, 보기엔 좋지만 정작 운전하며 쓰긴 다소 불편했다. 아르카나는 많이 쓰는 기능 중심으로 면적에 강약을 줬다. 내비게이션 쓸 때도 다가올 풍경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세로 화면이 편했다.

아반떼 운전석

아반떼 운전석



뒷좌석 공간은 과거의 C세그먼트 수준을 연상하면 오산이다. 둘 다 덩치로 C세그먼트의 경계 압박 또는 초월한 ‘반칙왕’답게 성인 두 명 편안히 머물 공간을 제공한다. 그래도 우열을 가리자면, 아반떼가 좀 더 여유롭다. 엉덩이 받침 길이가 47㎝로 아르카나보다 4㎝ 긴 데도, 무릎 공간이 약 3㎝ 더 넉넉하다. 대신 아르카나엔 있는 송풍구와 팔걸이가 없다.



충돌·보행자 안전은 아르카나, 사고예방은 아반떼



아르카나 1.6 GTe와 아반떼 1.6 가솔린의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자연흡기 방식으로 같다. 배기량도 1598㏄의 마지막 한 자릿수마저 같다. 물론 같은 엔진은 아니다. 개발명 ‘G-4FM’의 아반떼 심장은 듀얼 포트 분사와 ‘CVVT(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로 효율을 꾀한 일명 ‘스마트스트림’ 엔진. 최고출력은 123마력, 최대토크는 15.7㎏·m다.

아르카나 운전석

아르카나 운전석



개발명 ‘K4M’의 아르카나 엔진도 높은 효율과 신뢰성을 뽐낸다. 내구성 뛰어난 설계와 낮은 유지보수 비용 덕분이다. 1998년 르노 라구나를 통해 선보인 이후 클리오와 캉구, 트윙고 등 다양한 차종이 얹고 있다. 이 엔진 역시 흡배기에 ‘VVT(가변 밸브 타이밍)’을 갖췄다. 최고출력은 123마력으로 아반떼와 같은데, 최대토크가 15.8㎏·m로 0.1㎏·m 높다.

아르카나 변속기는 닛산 계열 자트코의 ‘CVT(Continuous Variable Transmission)’, 아반떼는 현대의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sission). 명칭은 다르지만 둘 다 가상 변속 기능을 더한 무단 변속기다. 아르카나는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터, 아반떼는 기어 레버를 D에서 왼쪽으로 옮긴 뒤 밀고 당겨 의지대로 가상 단수를 넘나들 수 있다.

넓고 낮은 아반떼 트렁크

넓고 낮은 아반떼 트렁크



두 차종 모두 하이브리드도 고를 수 있다. 합산 최고출력과 복합 공인연비는 아르카나 135마력, 17.4㎞/L(17인치), 아반떼는 141마력, 20.9㎞/L(16인치)까지 올라간다. 대신 아르카나는 550~574만원, 아반떼는 378~489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5만㎞ 주행 기준으로, 아르카나 약 148만원, 아반떼는 약 167만 원의 주유비를 아끼는 대가인 셈이다. 따라서 주행거리가 많지 않다면 연료비 절감 때문에 하이브리드 고집할 필요는 없다. 에어백은 아르카나가 1열 듀얼과 사이드, 1~2열 커튼 등 6개, 아반떼가 여기에 2열 사이드를 더해 총 8개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 결과는 둘 다 1등급. 항목별로 살펴보면 충돌 안전과 보행자 안전은 아르카나, 사고예방안전은 아반떼가 앞섰다.

파워트레인

르노 아르카나 1.6 GTe 현대 아반떼 1.6 가솔린
엔진 4기통 1,598㏄ 가솔린
최고출력(마력) 123
최대토크(㎏·m) 15.8 15.7
변속기 무단변속기
굴림방식 앞바퀴 굴림




도심 주행은 둘 다 편안, 경쾌한 주행은 아반떼



오롯이 본질만 놓고 봤을 때 두 차종 모두 엔트리급 차종에 대한 편견을 허물기 충분하다. 잘 숙성시킨 기본기를 뽐내는 까닭이다. 차량 흐름을 따르는 도심 출퇴근 주행 때 둘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핸들링과 정숙성, 승차감 모두 2000만원대 가격이 ‘혜택’으로 느껴질 만큼 준수하다. 실제로 대부분 오너의 주행 환경 또한 이 범위에 속할 듯하고.

아르카나는 뒷좌석을 폴딩해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아르카나는 뒷좌석을 폴딩해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교통량 뜸한 이른 오전, 수도권 외곽의 굽잇길로 향했다. 아르카나와 아반떼는 장르가 다르지만 차급과 최고출력, 최대토크가 겹치고, 공차중량 차이도 40㎏에 불과해 어느 정도 기시감은 들었다. 하지만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 어느 정도 규칙성을 띠고 굽이치는 코너가 이어진 도로를 빠른 템포로 헤집으면서 둘의 차이가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현대 아반떼(완쪽)와 르노 아르카나

현대 아반떼(완쪽)와 르노 아르카나



아르카나의 가속은 전형적인 CVT 특성을 지녔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일단 엔진 회전수를 왕창 띄운 뒤 최대토크 뿜는 ‘핫스팟’을 찾아 점진적으로 추진력에 살을 붙여 나간다. 사운드가 먼저 앞서가고, 차가 뒤따르는 느낌의 속칭 ‘고무줄 가속’이다. 익숙해지면 요령이 생긴다. 액셀 페달을 3분의 2 정도만 밟으면, 오히려 기분 좋고 선형적인 가속을 이끌 수 있다.

아반떼 가속은 한층 활기차다. 소위 ‘발컨(발 컨트롤)’으로 변속기 비위 맞추지 않아도, 아르카나보다 빠르고 예측 가능한 가속을 이어갈 수 있다. 엔진 회전 상승도 매끄럽다. 둘 다 공식적으로 0→시속 100㎞ 가속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색으로 찾아보니 아르카나 12.4초, 아반떼 10.7초로 나온 본 외신 테스트 결과가 있다. 체감 차이 또한 비슷했다.

동력 성능

르노 아르카나 1.6 GTe 현대 아반떼 1.6 가솔린
0→100㎞/h(초) 12.4 10.7
최고속도(㎞/h) 172 195
공인연비(㎞/L) 13.4(16인치) 15(16인치)


이번 비교 시승은 엔트리급 차종의 재발견이었다. 성능과 장비의 거품을 빼서 가격이 합리적일 뿐 달리고 돌고 서는 기본기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없었다. 자동차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가져온 패러다임의 변화다. 서로 다른 외모처럼 둘의 차이는 뚜렷했다. 비슷한 조건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각 제조사의 전략을 엿볼 기회였다.

특히 첫 인상이 비슷한 결의 운전 감각으로 이어져 흥미로웠다. 아르카나는 부드럽고 매끈한 디자인과 SUV의 다용도성이 돋보였다. 반면 동력 및 주행 성능은 평범했다. 욕심 없이 편안한 운전과 초점이 잘 맞았다. 아반떼는 납작한 차체와 비장한 눈매처럼 날카로운 주행 감각으로 명징한 기억을 남겼다. 개성만점 디자인과 슬기로운 패키징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결정의 시간. 르노 아르카나 1.6 GTe는 다양한 짐 공간 활용성과 개방감 있는 뒷좌석을 갖춰 가족 단위의 사용에 더 잘 어울린다. 아르카나의 트렁크 공간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낮고 긴 아반떼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 기본 크기도 크지만 뒷좌석을 접을 경우 아반떼의 2.5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 아반떼 1.6 가솔린은 운전의 맛을 쫓는 앞좌석 중심 사용 환경과 궁합이 좋다. 어떤 차종을 고른들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합리적 소비란 가치로 빛난다. 참고로 아르카나는 라틴어로 ‘비밀’, 아반떼는 스페인어로 ‘앞으로’란 뜻이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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