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이동통신3사의 로고가 표시돼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
내년 국내 통신 시장은 보안 사고에 대한 부담이 일부 해소되면서 사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과징금·손해배상 소송 등 침해사고로 인한 여진이 중장기 재무 전략수립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KT 해킹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위약금 면제 등 조치가 이뤄질 경우 이통사 간 고강도 경쟁이 다시 촉발될 가능성도 커졌다.
신용평가기관 한국기업평가는 산업 전망 리포트를 통해 올해 국내 통신 사업환경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놨다. 한기평은 “보안리스크 관련 부담 해소와 AI 수요 확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지만 마케팅 경쟁심화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짚었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과징금 부과 및 대규모 보상 등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히 내재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말 KT 펨토셀·서버 해킹 관련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펨토셀 관리 부실과 고의 서버 폐기, 소액결제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해 영업정지, 위약금 면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간 조사에서 KT의 귀책사유가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앞서 SK텔레콤 사례처럼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마케팅 경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에도 불구하고 이통 3사간 보조금 경쟁은 기대를 밑돌았다. AI 신사업 투자, 보안 강화 등으로 마케팅 여력이 제한됐다.
다만 SK텔레콤 보안사고에 따른 위약금 면제에 따라 대규모 번호이동이 이뤄졌던 만큼 내년에도 KT 조사 결과에 따라 마케팅 경쟁 심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SK텔레콤 무선 가입자 점유율은 38.8%다. 해킹 여파로 40% 선을 내준 이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KT 위약금 면제가 가시화되면 가입자 회복을 위한 마케팅 공세에 나설 여지가 있다.
한기평은 “SK텔레콤은 올해 보안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기반영되며 내년에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경상적 영업 현금창출력을 회복하게 될 내년 이후 점유율 수복을 위한 강도 높은 마케팅 정책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통신업계에 재무 압박이 거세질 우려가 있다. KT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제재가 변수로 남아있다. 최근 침해 대응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 기조를 비춰볼 때 SK텔레콤에 부과됐던 역대 최대치인 1347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대한 최종 발표와 LG유플러스 서버 해킹 정황 관련 조사 결과에 따라 이탈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올해보다 치열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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