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루카 지단(가운데).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998년, 프랑스 파리의 밤을 하얗게 불태우며 '아트 사커'의 정점을 찍었던 지네딘 지단. 프랑스 국민들에게 그는 단순한 선수가 아닌 국가의 상징이자 영웅이었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2025년, 그 영웅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은 '레 블뢰(프랑스 대표팀 애칭)' 군단이 아닌 '사막의 여우(알제리 대표팀 애칭)'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단의 차남 루카 지단(26·그라나다)이 프랑스 축구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알제리 국가대표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핏줄이 이끈 선택 루카의 선택은 철저히 '피'의 끌림이었다. 그는 현재 모로코에서 진행 중인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알제리 국가대표로 참가 중이다. 26일 비인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알제리는 할아버지의 나라"라며 "나의 선택을 들은 할아버지가 매우 자랑스러워하셨다"고 밝혔다.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음에도 성인 무대에서 알제리를 택한 결정적 이유였다.
프랑스의 축구영웅 지네딘 지단.연합뉴스 |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등판이었다. 아버지의 후광이 부담스러워 클럽 팀에서는 성을 떼고 'LUCA'라는 이름만 달고 뛰었던 그다. 하지만 알제리 대표팀 유니폼에는 선명하게 'ZIDANE'이라는 여섯 글자를 새겼다. 그는 "할아버지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다.
이 유니폼을 할아버지께 선물할 것"이라며 가문의 뿌리를 향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장 VIP석에는 낯익은 얼굴이 포착됐다. 바로 지네딘 지단이었다. 프랑스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인 그가, 아들이 알제리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로코를 찾은 것이다.
지단은 아들에게 "네 인생이고 네 선택이다"라며 결정을 존중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루카는 수단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무실점(3-0 승리) 방어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프랑스 축구 팬들에게는 묘한 상실감을, 알제리 팬들에게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 하루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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