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손주와 함께 살기 위해 2세대 주택을 선택한 노부부가 예상치 못한 부담을 겪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 사례는 한국에서도 조부모가 손주 돌봄에 참여하며 2세대 동거를 고민하는 가정에 시사점을 준다.
27일 일본 자산관리 뉴스매체 골드 온라인에 따르면, 고바야시 가즈코(65) 씨와 남편 마사오(68) 씨는 한달에 23만 엔(한화 약 212만 원)의 연금으로 조용히 생활해 왔다. 그러나 외동딸 미사키(34) 씨 부부가 두 자녀를 키우며 주택과 양육비 부담을 고민하자, 가족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세대는 현관·부엌·욕실 등 공용 공간을 공유하고, 거실과 방은 분리하는 ‘부분 공용형’ 2세대 주택을 선택했다. 건축비는 가즈코 씨 부부가 저축 1000만 엔(한화 약 9230만원)을, 딸 부부가 3800만 엔(한화 약 3억 5077만원)을 장기 대출로 부담했다.
처음에는 행복감이 컸다. 가즈코 씨는 “손주가 함께 있어 집이 북적거리고 즐거웠다. 세 세대가 함께 산다니 행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생활비와 공과금을 ‘반씩’ 나누기로 했지만, 손주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전기·난방 사용량이 늘고, 빨래와 목욕 등도 증가하면서 비용이 급증했다. 공과금은 이전보다 1.5배, 식비는 2배 가까이 올랐다.
금전적 부담만이 아니었다. 손주 등원·귀가, 학원, 간식, 저녁 준비 등 돌봄 업무 대부분이 노부부 몫으로 돌아왔다. 주말에는 딸 부부가 외출할 때 손주 둘을 맡아야 했다. 가즈코 씨가 부담을 호소했지만, 딸 부부는 “같이 사는 건데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2세대 주택은 구조상 매각 시 일반 주택보다 20~30%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고, 토지와 건물 명의가 분리돼 처분이 쉽지 않아 ‘다시 분리’하기도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2세대 동거가 원활히 유지되려면 금전 규칙과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과금과 식비를 숫자로 나누고, 손주 돌봄 시간을 ‘주 몇 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등으로 구체적으로 정하면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즈코 씨 부부는 손주 돌봄 빈도를 줄이고 부부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생활을 조정했다. 가즈코 씨는 “손주와 함께하는 행복은 크지만, 부모 세대의 자유를 희생해서 얻는 행복은 아니다. 적절한 거리감과 명확한 역할 분담, 감사의 표현이 가족 모두가 오래도록 편안하게 사는 열쇠”라고 말했다.
이인애 기자 l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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