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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명당 6억4000만원” 회사 팔렸는데…해고 대신 ‘통큰 보너스’ 준 이 회사

파이낸셜뉴스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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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명당 6억4000만원” 회사 팔렸는데…해고 대신 ‘통큰 보너스’ 준 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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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본드 CEO 그레이엄 워커(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사진=파이버본드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버본드 CEO 그레이엄 워커(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사진=파이버본드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가족기업이 대기업에 매각된 뒤 직원들에게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보너스를 지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기껏해야 몇 달 치 보너스를 주거나 회사 주식을 소유해야 매각 이익을 나눠주는 다른 곳과 달리, 500명이 넘는 직원에게 1인당 6억원 이상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력 장비 회사 파이버본드는 최근 대기업 이튼에 매각됐다. 매각 당시 창업자 가족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레이엄 워커는 매각 대금 17억 달러 가운데 15%를 직원들에게 나누겠다는 조건을 인수 협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540명의 정규직 직원 몫으로 총 2억4000만달러(약 3500억원)의 금액이 책정됐고, 1인당 평균 보너스는 44만3000달러(약 6억4000만원)에 달했다. 장기 근속자들은 수십 년간 회사에 헌신한 만큼 더 큰 금액을 얻게 됐으며, 65세 미만의 경우 5년에 걸쳐 보상을 지급할 예정이다.

보너스를 지급하는 날, 몇몇 직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동료와 포옹했고 직원들 중 일부는 장난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회사가 지급한 보너스를 빚이나 학자금을 갚는 데 사용하거나 은퇴 준비, 가족 여행 등에 사용했다.

파이버본드는 1982년 워커의 아버지 클로드 워커가 창업한 회사로, 전화·전력 설비 구조물을 만들며 성장했으나 1998년 공장에 화재가 일어나 큰 타격을 입었다. 공장 재가동까지는 수개월이 걸렸으나, 이 기간 동안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진정한 ‘가족회사’의 행보를 보여왔다.

이후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직원 수가 900명에서 320명으로 줄었고,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도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의 충성심으로 버텨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그레이엄 워커와 그의 형제가 경영을 맡으며 빚을 갚고 사업을 재정비했고 2013년 파이버본드 파워라는 부서를 세워 산업 구조물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5년 CEO에 오른 워커는 과거 해고됐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였고, 이후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코로나19 시기 클라우드 수요 폭증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매출이 5년간 400% 가까이 성장했다.

대기업들의 인수 제안이 이어지자 워커는 매각 조건으로 직원 보상안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는 "(파이버본드가 위치한) 민든은 오랫동안 일자리와 인구를 잃어왔다. 좋은 일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며 직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결정은 직원들의 삶뿐 아니라, 민든 지역사회에도 현금 유입으로 인한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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