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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성탄절 공습 표적' IS 아닌 엉뚱한 곳 공격"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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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성탄절 공습 표적' IS 아닌 엉뚱한 곳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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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IS 주요 거점, 미군이 공습한 소코토의 반대편"

나이지리아 경찰이 25일(현지시간)에 발생한 미군의 공습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나이지리아 경찰이 25일(현지시간)에 발생한 미군의 공습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성탄절인 지난 25일(현지시간) 단행된 미군의 나이지리아 이슬람국가(IS) 세력 공습이 '기독교인 학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지역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고한 기독교인 학살한 IS 응징을 위해 공습했다던 나이지리아 북서부 소코토 지역은 기독교인 박해, 테러 조직이 없는 곳"이라며 미군이 IS와 관련이 없는 엉뚱한 곳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소코토의 매튜 하산 쿠카 주교는 NYT에 "25일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을 받은 소코토주의 주민 대부분은 무슬림이자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테러 공격의 주요 피해자"라며 "이 지역에는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2억3000만명이 넘는 나이지리아 내 기독교인과 무슬림 인구는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밤 미국은 최고사령관인 나의 지시에 따라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 IS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강력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다"며 "이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무도한 기독교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해 왔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같은 날 SNS X를 통해 나이지리아 IS 세력 공습 사실을 밝히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NYT에 따르면 소코토 지역 반군 단체와 IS의 연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소코토주는 나이지리아 북서부에 있는 지역으로 북쪽 니제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코토 반군 단체에 대해 "현지에서 '라쿠라와'(Lakurawa)로 불리는 집단으로, 말리·니제르·부르키나파소 등에 주로 기반을 둔 IS 사헬주 지부와 연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구글

/사진=구글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라쿠라와의 정체 자체가 매우 불분명하다"며 IS 연계 증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라쿠라와는 나이지리아의 소코토와 다른 주에서 활동했다. 초기에는 지역 산적들과 싸우며 세력을 확대했고, 이후에는 농촌 주민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 외무부의 알카심 압둘라카디르 대변인은 라쿠라와에 대해 "확고한 이념적 동맹 관계가 많지 않고, 유동성이 큰 집단"이라고 했다.


라쿠라와가 IS와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에서 IS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테러 조직은 소코토주의 반대편인 북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IS 서아프리카 지부(ISWP)라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카비르 아다무 안보 분석가는 NYT에 "만약 (미국의) 폭탄이 북동부 보르노주에 있는 삼비사 숲에 떨어졌다면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곳이 바로 미군이 표적으로 삼은 IS의 주요 거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미군의 이번 공습이 IS 세력 제거 등 실질적 효과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계를 결속시켜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뱅상 푸셰 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공습은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한 미국 내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 복음주의 우파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으로, 트럼프의 성과 과시 요구와 IS에 대한 미국 안보 당국의 우려를 모두 충족시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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