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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공실험실] ⑤ 공공기관 AI '걸음마'…전문가 "인력·예산 보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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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공실험실] ⑤ 공공기관 AI '걸음마'…전문가 "인력·예산 보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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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공공기관 AI '걸음마'…전문가 "인력·예산 보강해야"



[세종=뉴스핌] 이정아 김기랑 기자 = 공공기관 전반에 인공지능(AI)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 수준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AI 도입을 일회성 시범사업이 아닌 상시 운영 체계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 보강,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 AI 장애요인, 공기업 "인력 부족" vs 준정부·기타공공기관 "예산 부족"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 7월 기준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43개 공공기관 가운데 132곳(38.4%)이 AI를 도입했거나 구축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수 기준으로 보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관 유형별 격차도 뚜렷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AI 도입·활용 비율이 각각 75.2%, 77.8%로 높게 나타났지만, 기타공공기관은 47.3%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인력과 예산 여력이 있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중심으로 AI 도입이 먼저 진행되고, 기타공공기관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활용 수준을 점수로 평가한 인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공공기관 종사자 30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공기업의 AI 활용 수준 평균은 2.74점, 준정부기관은 2.85점으로 집계됐다. 기타공공기관은 2.17점에 머물렀다.


반면 AI 활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공기업은 평균 4.38점, 준정부기관은 4.29점으로, 기타공공기관(4.07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AI가 생산성 향상과 안전관리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를 구현할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AI 활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는 인력과 예산 부족이 꼽혔다. 공기업의 경우 AI 전문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인식한 비중이 59.3%에 달했다. 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은 각각 57.5%, 56.5%가 예산 부족을 주요 장애요인으로 지목했다.


기관 유형에 따라 애로 요인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내부 역량만으로는 AI 활용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셈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기업이 인력 부족을, 준정부기관이 예산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것은 매우 현실적인 결과"라며 "이는 단순히 사람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AI를 다룰 수 있는 구조와 역량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AI 전담 인력과 조직을 갖춘 기관도 많지 않았다. AI 전담 인력 또는 부서를 보유한 비율은 공기업 38.6%, 준정부기관 26.3%, 기타공공기관 9.0%에 그쳤다. 공공기관 전반에서 AI 업무가 여전히 기존 인력이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 도입에 대한 우려 요인으로는 개인정보 유출과 기술 오작동, 책임소재 불명확성이 공통으로 지목됐다. 특히 공공기관은 대규모 개인정보와 민감 정보를 다루는 만큼,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강했다.

공공기관 간 협업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AI에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제돼 있지 않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장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 AI대학원 초빙교수는 "공공기관은 민간보다 AI가 더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대국민 서비스와 복잡한 법령, 인허가 체계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방대한 문서와 규정을 다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AI를 활용하면 이런 업무를 훨씬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공공기관 기존 인력 대상 실무형 AI 교육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AI가 도입의 단계는 넘었지만, 정착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개별 기관의 AI 도입 의지에만 맡겨진 구조에서는, 활용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I를 공공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하려면 기술 이전에 조직과 제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전담 인력 확충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상당수 기관에서 AI 업무를 기존 인력이 겸직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사업이 일회성 시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문 교수는 "인력 측면에서는 모든 기관이 AI 전문가를 새로 뽑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한 실무형 AI 재교육과 현업 중심의 'AI 활용 인재' 양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공기관에는 이미 데이터와 업무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많기 때문에, 이를 AI와 결합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장 교수도 "오히려 AI 전문가가 와도 현장의 실무를 모르면 어디에 AI 기술을 적용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며 "문제의 핵심은 외부 전문가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기존 직원들을 AI를 쓸 수 있는 사람으로 교육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업무를 알고 있지만 AI를 모르고, AI 전문가는 기술은 알지만, 업무를 모른다"며 "기존 인력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지 않으면, 아무리 전문가를 투입해도 공공기관에서 AI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유인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AI 활용 성과를 반영하고, 우수 사례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기관 차원의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AI 활용 현황을 공시 항목으로 관리해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책임소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 현장의 불안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공기관 AI가 민간 시장으로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범용 모델과 데이터 공유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관별 각개전투에서 벗어나 공공부문 공통 인프라를 마련해야 비용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공공 AI는 단기 성과를 내는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의사결정·조직문화까지 함께 바꾸는 중장기 혁신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은 기술 도입보다 '어디에, 왜,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전략적 설계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도 "공공기관 하나만 놓고 봐도 AI 도입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 분야처럼 민감한 영역에서는 대국민 서비스를 AI로 제공하는 것 자체도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예산과 제도, 운영 역량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공공실험실] 기획 시리즈는 공공기관이 인공지능(AI) 도입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현장을 조명한다. <뉴스핌>은 공공기관 각각의 업무 환경에 맞춰 직접 개발하고 적용 중인 기술 사례를 통해 공공 부문 AI 활용이 현장과 행정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본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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