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층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랜드마크 넘어 국제 위상 각인 목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시발점
건축기술 진화하며 높이 타이틀 경쟁
역사·문화·경제 등 인문학 통찰 담겨
랜드마크 넘어 국제 위상 각인 목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시발점
건축기술 진화하며 높이 타이틀 경쟁
역사·문화·경제 등 인문학 통찰 담겨
초고층/ 정광량/ 지식의날개/ 1만9000원
2009년 10월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낮은 구름을 찢고 우뚝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이 완공됐다. 유명한 ‘부르즈 칼리파’였다. 완공 전 이름은 부르즈 두바이였는데, 대통령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이름을 본떠 부르즈 칼리파로 개칭됐다. 첨탑을 포함한 높이는 828m로, 이전까지 세계 최고층이었던 ‘타이베이 101’을 무려 300m 가까이 넘어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 됐다.
“‘두바이는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하늘에 새기고자 했던 두바이 군주의 비전과 결심이야말로 부르즈 칼리파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이 건물은 높이에 대한 도전이자, 도시와 국가가 스스로를 세계사 속에 위치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에마르 프로퍼티즈의 회장 모하메드 알리 알라바르의 구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는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두바이의 국제적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구조물을 원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애초부터 세계 1위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최종 높이를 정하지 않은 채 2004년 착공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라이벌로 예상되던 ‘나킬 타워’의 건축 계획이 무산되자, 부르즈 칼리파는 꼭대기에 200m 길이의 첨탑까지 더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될 수 있었다.
2009년 10월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낮은 구름을 찢고 우뚝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이 완공됐다. 유명한 ‘부르즈 칼리파’였다. 완공 전 이름은 부르즈 두바이였는데, 대통령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이름을 본떠 부르즈 칼리파로 개칭됐다. 첨탑을 포함한 높이는 828m로, 이전까지 세계 최고층이었던 ‘타이베이 101’을 무려 300m 가까이 넘어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 됐다.
인간의 욕망과 기술이 만나는 경계에 서 있는 세계 초고층 빌딩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왼쪽 사진부터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서울 롯데월드타워,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세계일보 자료사진 |
“‘두바이는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하늘에 새기고자 했던 두바이 군주의 비전과 결심이야말로 부르즈 칼리파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이 건물은 높이에 대한 도전이자, 도시와 국가가 스스로를 세계사 속에 위치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에마르 프로퍼티즈의 회장 모하메드 알리 알라바르의 구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는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두바이의 국제적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구조물을 원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애초부터 세계 1위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최종 높이를 정하지 않은 채 2004년 착공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라이벌로 예상되던 ‘나킬 타워’의 건축 계획이 무산되자, 부르즈 칼리파는 꼭대기에 200m 길이의 첨탑까지 더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될 수 있었다.
정광량/지식의날개/1만9000원 |
인간은 역사 이래 하늘을 향해 ‘높이’를 끊임없이 확장해 왔다. 바벨탑에서 피라미드까지 ‘높이’는 인간의 욕망을 담고 상징한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도시 곳곳에 건설되고 있는 초고층 빌딩들은 바로 이 같은 인간의 욕망과 기술이 만나는 경계에 서 있다. 건축구조기술사이자 초고층 구조설계 권위자인 저자가 신간에서 30년 이상 국내외 다양한 초고층 프로젝트에 참여해오며 느낀 세계 초고층 마천루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현대사에 처음 등장한 초고층은 1931년 완공된 미국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다. 건물의 높이는 391m이고, 이후 설치된 안테나까지 포함하면 총 443m에 이른다. 건물은 대공황 시기인 1929년 9월 계획돼 착공부터 완공까지 단 410일이 걸렸다고 한다. 이는 당대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고 최대한 규격화된 자재를 사용해 구조적 효율성과 공정 계획이 빈틈없이 진행됐기에 가능했다. 특히 1933년 제작된 영화 ‘킹콩’에 등장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뉴욕이라는 도시의 상징이 됐다.
1998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세워진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높이 451.9m로, 준공 당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이었다.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100년 가까이 이어진 서구 중심의 높이 경쟁에서 아시아의 이름을 드높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책에는 세계 주요 도시들의 초고층 빌딩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와 문화, 알려지지 않은 건축과 경제, 인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국의 초고층 빌딩을 둘러싼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초고층 건축물은 먼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위험하다고 잘못 알려진 ‘무량판 구조’의 오해부터 풀어야 했다고 한다.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는 천장이 평평해 그만큼 개방감이 생겨 공간 활용이 용이하고 슬래브를 두껍게 만들 수 있어 층간 소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만, 기둥과 슬래브의 접점에 하중이 집중돼 설계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 기술적 관리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40층 이상 규모 무량판 초고층 건물은 2004년 완공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였다. 2013년 민간 헬기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파트 외벽만 일부 손상되었을 뿐 건물 구조에는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무량판 구조의 안전함이 확실하게 입증됐다. 삼성동 아이파크를 이어, 부산 최초의 60층 주상복합아파트 더샵 센텀스타(2008년)와 해운대 아이파크(2011년) 역시 무량판 구조로 차례로 지어지며 무량판 구조가 고층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세계 초고층 순위 6위에 오른 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완성되기까지 수차례 디자인이 변경됐다. 초반에는 첨성대 형태로 계획됐지만 공사비 급등과 시공의 현실성에 부딪혀 수차례 디자인이 변경됐고 최종적으로 단순하면서도 한국의 미감을 살린 현재의 ‘붓’ 형태로 최종 결정됐다.
콘크리트와 철골, 엘리베이터, 스카이브리지, 창 닦는 시스템까지 마천루를 가능하게 만드는 재료와 기술은 앞으로 인류에게 어디까지 높이를 허락할까. 과거의 초고층이 도시의 권력과 경제력의 표식이었다면, 오늘날 초고층은 기후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얼마나 오래, 어떻게 변화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초고층을 오래 바라볼수록 한 가지 사실이 또렷해진다. 도시의 가장 높은 구조물은 늘 시대의 속도를 가장 먼저 드러낸다는 점이다. 과거의 초고층이 도시의 권력과 경제력의 표식이었다면, 이제 우리는 그 건물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어떻게 변화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먼저 묻는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스카이라인 위에서 살아갈 것인가. 초고층 건물을 둘러싼 고민의 끝에는 최종적으로 ‘인간’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과, 초고층에서 실제 살아갈 사람, 그리고 미래 세대가 물려받을 공간을 고민하는 사람들 등등. 결국 “초고층은 소통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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