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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운명의 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승부수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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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운명의 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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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오는 29일 법원에 '익스프레스(SSM) 사업부 분리 매각'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알짜' 사업부를 떼어 팔아 급한 불을 끄고, 인가 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유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24일 절차협의회를 열고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생 방안을 보고받았다. 홈플러스는 12월29일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인가 후 M&A 계획이 포함된 자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공식 제출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이번 분리 매각 추진은 유동성 경색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현재 홈플러스는 현금 유동성이 악화돼 전기료 등 공과금과 납품 대급 체납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지급 불능으로 인한 영업 중단 사태를 막고 회생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직원 급여 분할지급 결정을 내릴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다. 익스프레스 매가 대금 유입만이 영업 중단을 막고 회생 동력을 확보할 유일한 카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한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297개 오프라인 점포 중 약 75%(222개)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근거리 배송 거점으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를 인수할 경우, 점포 수와 상권 범위를 단숨에 넓힐 수 있기도 하다. 지난해 거론됐던 예상 매각가는 7000억원~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회생을 위한 '생존형 매각'인 만큼 시장 눈높이에 맞춰 가격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크다.

익스프레스 매각을 둘러싼 노조 리스크도 일부 해소됐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는 지난 22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부와 협의할 것이며, 구조조정과 같은 아픈 과정 역시 조합원 피해 없는 원칙 아래 합리적인 해법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강경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최대 관건은 채권단 동의 여부다.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는 메리츠인데, 이들로서는 분리 매각에 찬성할 유인이 없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빌려주고 홈플러스 점포 62개를 담보로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 회생 결정과 무관하게 대출 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만약 알짜 사업부인 익스프레스가 분리 매각되면 본체인 대형마트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채권 회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손해이기 때문에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야만 3년 가량의 기업 회생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으면 회사는 기존 자산을 매각해 채무를 갚는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청산보다는 회생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익스프레스는 홈플러스 내에서 수익성이 좋은 부분"이며 "사업부가 자체적으로 MD, 인사 조직 등을 갖추고 있는 걸로 안다. 매각 이후에도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단으로서는 청산보다 회생을 통한 자금 회수가 유리할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로는 오프라인 업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옴니채널을 강화하려는 흐름도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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