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보도상 수상작이 던진 질문 "AI는 기후위기 정말 앞당겼나"
'AI가 일반 검색보다 10배 전력 쓴다'는 말은 오히려 과소평가
10년도 더 된 추정치가 정책·언론 판단 지배하고 있어
효율 높아질수록 더 쓰는 AI…'제본스의 역설'의 현실
전력망 확충 없는 데이터센터 러시, 여름마다 블랙아웃 경고등
'진흥'만 있는 AI 기본법…기술 낙관도 규제 회피도 답 아냐
'AI가 일반 검색보다 10배 전력 쓴다'는 말은 오히려 과소평가
10년도 더 된 추정치가 정책·언론 판단 지배하고 있어
효율 높아질수록 더 쓰는 AI…'제본스의 역설'의 현실
전력망 확충 없는 데이터센터 러시, 여름마다 블랙아웃 경고등
'진흥'만 있는 AI 기본법…기술 낙관도 규제 회피도 답 아냐
편집자 주
◆ 홍종호>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기후·환경 분야 취재기를 들어보는 '월간 기후 스토리' 준비돼 있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입지에 전력이 필수 요소로 꼽힙니다. 도시 하나만큼의 전력을 쓰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그 부담은 시민들의 몫으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얼마 전 제1회 기후보도상을 수상한 CBS 노컷뉴스 강석찬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강석찬> 안녕하세요.
◆ 홍종호> 기후보도상을 수상하셨다고요? 1회라니 아주 의미가 있는데, 축하드립니다. 어떤 상인가요?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표준FM 98.1mhz 목/금 오후 5시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강석찬 CBS노컷뉴스 기자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강석찬 CBS노컷뉴스 기자
◆ 홍종호>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기후·환경 분야 취재기를 들어보는 '월간 기후 스토리' 준비돼 있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입지에 전력이 필수 요소로 꼽힙니다. 도시 하나만큼의 전력을 쓰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그 부담은 시민들의 몫으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얼마 전 제1회 기후보도상을 수상한 CBS 노컷뉴스 강석찬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강석찬> 안녕하세요.
◆ 홍종호> 기후보도상을 수상하셨다고요? 1회라니 아주 의미가 있는데, 축하드립니다. 어떤 상인가요?
◇ 강석찬> 네, 리영희 재단과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처음으로 합작해 2025년 기후 보도 기사 중에서 심층적이고 공익적인 보도에 시상하는 상이었습니다. 관심도가 높아서 경쟁률이 치열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 홍종호> 대단한 성취인데요. 저도 주제가 상당히 아주 눈에 띄었어요. 'AI 패러독스: 편리함 중독, 빨라진 기후위기'. 이거 세명대에서 했던 기후위기 팩트체크 사업에 신청해서 지원비도 받고 하신 거 맞죠?
◇ 강석찬> 맞습니다.
◆ 홍종호> 사실은 제가 지원작을 심사했던 심사위원장이었어요. 다른 심사위원들과 함께 논의했었는데 상당히 완성도 높고 잘 갖춰진 기획서였다, 다들 공감대가 완전히 형성돼서 지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 강석찬> 혹시나 노파심에 미리 말씀드리면, 저 오늘 교수님 처음 뵙니다. (웃음)
◆ 홍종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웃음)
◇ 강석찬> 박기묵 기자, 최원철 기자, 장윤우 기자, 그리고 저까지 총 4명이서 12건의 연속 기획 팩트 체크 보도를 했고요. 기후위기 관점에서 AI를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막연히 AI가 기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 정도의 의문점을 아 그렇구나, 로 바꾸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이른바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 그리고 기후로 대표되는 녹색 전환, 두 가지의 쌍두마차의 시대다, 학계에서도 많이 얘기해 왔거든요. 결국 두 가지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죠. AI 소비량이 늘어나면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게 되고, 전력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전력 공급량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전력 공급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지금의 시스템 하에서는 석탄이나 가스와 같은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에 따른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생각할 수 있는 이슈잖아요. 그런데 AI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또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또 소비자들은 너무 편리하게 생각하니까 기후는 생각 안 하고 사용하게 되죠. 이 두 개를 연결해 보겠다, 가설을 세우신 거겠죠?
◇ 강석찬> 네, 학계에서는 이른바 쌍둥이 전환이라고 하는 것에 굉장히 집중도가 올라가 있는 상황이기는 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디지털 과잉 시대, 과잉 사회라서 우리나라가 AI에 투자하고 기술적으로 앞서 나가야 된다는 사고 방식은 굉장히 잘 이미 공감대가 갖춰져 있는데 기후에 대한 혹은 환경에 대한, 더 나아가서 생태에 대한 생각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쌍둥이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기사에서 잘 녹여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 홍종호> 유럽 현지 취재도 다녀오셨는데 왜 유럽이었습니까?
◇ 강석찬> 첫 번째로 유럽이라는 선진 모델을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요. 두 번째는 취재원들 인터뷰, 이른바 석학이라고 불리시는 분들을 인터뷰하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부터 먼저 설명드리면 AI 기반의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과 친환경 생태전환이라고 불리는 쌍둥이 전환에 유럽이 독보적으로 앞서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쌍둥이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유럽에 어떤 선진 모델들이 있을까, 그것을 직접 보고 오기 위해서 유럽이라는 곳을 정했고요. 두 번째로는 유럽에 있는 석학분들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해 보기 위해서 갔는데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국내에서는 흔히 기후는 환경 운동가, AI는 기술 전문가. 이렇게 나눠지는 이분법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둘이 만나는 지점이 생기면 각자 반대편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어요. 서로 융합해서 어떤 합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 분야가 너무 중요하고 이 분야에서는 해야 된다고 하는 상대적인 간극이 있어서, 각자의 반대편을 바라보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을 서로 마주보고 앉혀보면 어떨까 생각했고요. 그래서 실제로 해외에 있는 기후 AI 융합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서 꼼꼼하게 질문했었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AI는 전기 먹는 하마다, 얘기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얼마나 전기를 먹는다는 건지, 아니면 AI는 무조건 하마인 건지, 아니면 치타처럼 날렵하고 빠르고 그래서 전기 생각보다 적게 먹고 이런 기술은 없는지 다 궁금하거든요. 경우에 따라서는 AI 챗봇을 쓰면 어마어마한 전기량을, 웹 검색보다 전기 10배 쓴다 이런 말도 있는데 팩트체크하셨죠? 그 얘기 좀 해주세요.
◇ 강석찬>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시계를 2009년으로 한번 돌려 보겠습니다. 당시에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자가 '야 구글, 너네 검색 한 번에 7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구글이 아니라고 하면서 공식 블로그에 해명 자료를 게재하게 되는데요. 우리는 온갖 전처리 작업을 다 포함해도 검색 한 번에 고작 0.3W(와트)씩밖에 들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 그렇게 많지 않아, 라고 해명한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을 믿은 한 연구자가 그럼 AI 검색에는 대략 3W 정도 필요하니까 AI 검색하면 일반 검색보다 한 10배 정도 더 많이 들겠네, 라는 보고서를 내게 된 거죠.
◇ 강석찬> 문제는 거기입니다. 시간이 10년도 더 지났는데 여전히 그 자료가 그대로 쓰이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취재를 시작한 작년 자료를 기준으로 봐도 국내외 보도가 최소 10건 이상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까지도 내용을 공식 석상에서 그대로 인용했고요. 팩트체크 과정에서 에포크 AI라는 연구소에서 실제로 AI 검색에는 0.3W씩,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구글 검색에 드는 것만큼 필요하다라고 반박하는 주장이 나오게 되고요. 이것을 교차 검증하기 위해서 국내외 전문가분들을 찾아뵙고 실제로 그러냐라고 여쭤봤는데, 원래 연구자가 연구했던 10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학계에 어떤 분께서는 100배까지도 들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 홍종호> 오히려 과소 추정되는 결과일 수도 있다. 또 인공지능 AI 하면 바로 연결되는 게 데이터센터예요. 아마 우리 국민들 모르시는 분 없을 것 같아요. AI를 쓰면 데이터센터가 돌아간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 알고 있는 건데요. 데이터센터가 도시 하나만큼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전력 소비량만큼 쓴다는 얘기도 있는데 여기에 대한 사실 확인도 하셨죠?
◇ 강석찬> 그렇습니다. 지금은 누가 얼마큼 그리고 얼마나 빨리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느냐가 이른바 AI 미래 산업의 판도가 뒤바뀔 것 같은 긴장된 상황이죠. 여기에 당연히 핵심적인 문제는 전력인데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내내 단 1초도 쉬어선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대한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요. 다시 말하면 막대한 전력을 받쳐줄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중 하나의 사례를 실제로 보면요. 2023년 11월에 운영을 시작한 데이터센터가 있는데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한 달에 116GWh(기가와트시) 정도에 달합니다.
◆ 홍종호> 결국은 보면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긴 합니다만 116GWh, 바로 비교가 되도록 일정 규모 도시에서의 전력 소비량과 연결해서 설명 좀 해주세요.
◇ 강석찬> 네. 경기도 고양시 인구가 106만 명 정도 되는데요. 지난 5월을 기준으로 고양시 전체 주택 전력 사용량이 118GWh 정도 되거든요.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데이터센터 한 곳이 도시 하나만큼의 전력을 쓴다는 겁니다.
◆ 홍종호> 월 기준으로 된다는 얘기죠.
◇ 강석찬> 네. 물론 이것도 감이 안 오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까요.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AI에 최근에 지브리풍으로 사진 만들어줘 했던 거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 홍종호> 네, 저도 봤어요.
◇ 강석찬> 단순 검색이 아니라 사진 혹은 영상으로 될 경우에는 전력 소비가 훨씬 급증하거든요. AI 영상을 만드는 소라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여기에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면요. 예를 들면 '나는 바닷가를 걷고 있는 상황이야, '나는 행복한 연인과 함께 걷고 있어' 따위의 프롬프트를 입력해서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전자레인지 20시간, 노트북 10시간 정도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전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홍종호> 1분짜리를 만드는 데요?
◇ 강석찬> 맞습니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하루 종일 컴퓨터를 업무하는 데 쓴다고 가정했을 때, 1분짜리 영상 만드는 것과 동일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 홍종호> 딱 그 설명이 바로 와닿네요. 지금 우리나라의 전력 공급 수준, 그러니까 발전 설비겠죠. 앞으로 이런 식의 소비가, 우리 소비자들이 AI를 너무 재미있다 해서 막 사용하면 감당할 수 있는 겁니까?
◇ 강석찬> 바로 그 지점인데요. 당연히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려가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향후 5년 내에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 짓겠다고 해서 손 든 곳을 따져보면 700곳이 넘습니다.
◆ 홍종호> 해외 기업도 있고 국내 기업도 있고 다 있죠.
◇ 강석찬> 예. 물론 약간 부동산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뭐 반박이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700곳이 넘고 전력을 따져보면 용량이 한 50GW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그렇게 늘어난 용량을 제대로 충분히 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다시 말해 전력 피크의 순간이 온다면 거기서 심각해지는 거죠. 지난 여름에 국내 전력 수요가 사상 최초로 100GW를 넘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금 데이터센터의 전력망을 확충하지 않은 상태라면 한여름 폭염 때는 그야말로 전국이 정전 상태로 멈춰버리는 블랙아웃까지 우려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 홍종호> 지금도 안 그래도 여름에 더위로 에어컨과 같은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오게 되면 전력 공급 수급상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얘기죠. 제가 취재한 걸 보면서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은 AI의 공급 측면도 있고 또 수요 측면도 있는데요. 어느 지점에선가는 일정한 규제가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규제 방식은 고민해야 되겠지만요.
◇ 강석찬> 우리나라에서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는 AI 기본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상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입, 제정해서 도입할 예정인데요. AI 기본법이 AI 규제법이 아니라 사실상 진흥법에 가깝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결국 흐름상으로만 본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AI를 더 쓰면 더 썼지 덜 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그렇다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고 그럼 규제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상황에서는 결국 제가 내린 자연스러운 결론은,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사용을 줄여야 하지 않나라는 것입니다.
◆ 홍종호> 과연 자발적으로 될지는 저는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데, 아직까지 정치권이 지금 기본법, AI 기본법이 진흥법에 가깝다라는 해석이 있었다는 거를 비춰 보건대, 지금 전력이 핵심 후방 산업이에요.
◇ 강석찬> 맞습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 핵심 후방 산업이 제대로 공급이 안 되면 AI도 극단적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거거든요. 제대로 안 될 수 있고 많이 사용했을 때는 전력 수급에 큰 문제, 예를 들어 대정전이라든지 또는 지나친 탄소 배출이라든지 부작용이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건데 아직은 정치권이 여기에 대한 인식이 높지는 않다, 보는 거군요.
◇ 강석찬> 그렇습니다. AI 기본법에도 환경에 대한 내용이 사실상 빠져 있습니다.
◆ 홍종호> 빠져 있어요?
◇ 강석찬> 예. 그러니까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회의를 거치지 않습니까? 상임위원회 회의를 거치게 되는데 그 회의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논의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 부분은 다음 달에 책을 출간할 예정인데요. 그 책에 자세하게 적어놨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유럽은 규제가 있습니까?
◇ 강석찬> 유럽에서는 아예 데이터센터에서 에너지를 과다 사용하면 통제하는 지침도 있습니다. 직접 갔던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규제위원회를 아예 두고 있고요. 그 위원회에서는 데이터센터 위치를 규제하거나 위기 대응 능력 보유 여부를 확인하거나 아니면 유연성 제공 범위를 꼼꼼하게 확인하도록 하고 있었고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만 쓰게 하거나 쓰고 남은 폐열을 재활용한다, 이런 방식도 있었습니다. 유럽이 처음부터 재생에너지를 많이 쓴 건 아니에요.
◆ 홍종호> 그럼요.
◇ 강석찬> 네, 2005년만 해도 발전 비중을 보니까 풍력이 2.3%, 태양광이 0.05%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유럽이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이 되겠다,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한 15년을 꾸준히 노력하니까 풍력이 15%, 태양광이 7.2%까지 2020년대에 올라왔습니다.
독일이나 영국 경우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력 생산의 거의 절반을 이미 넘었고요. 사례를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까지 취재를 해봤는데요. 일반적인 이야기는 배제하고 특징적이었던 건 연세대학교 조성배 교수님이 했던 지적이었는데요. 이미 다 지어진 설비와 시스템의 규제를 적용하는 후규제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AI 시스템을 설계할 때 에너지 효율을 먼저 따지는 선 허가 방식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변환해야 된다, 뭐 이런 의견이 있었습니다.
◆ 홍종호> 현실적으로 AI의 수요가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들 너무 좋아하잖아요. 재미도 있고. 동시에 전 세계 수천억의 AI 시장을 선점하겠다라고 하는 기업의 엄청난 그런 기술 혁신 노력, 두 가지가 결합돼 있어서 AI가 멈출 수 없다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인 것 같아요. 물론 요새 버블 얘기가 나오긴 합니다만. 좀 더 효율적인, 그러니까 전기를 적게 쓰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AI 쪽으로 가야 되지 않겠냐, 이런 흐름 있을 법하거든요.
◇ 강석찬> 네, 우선 이른바 기술을 발전시켜서 전력을 줄여내는 효율화 기술이라고 하는데요. 효율화 기술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 홍종호> AI 분야에서도요?
◇ 강석찬> 예. 국제에너지기구 IEA 자료를 보면요. 2008년에 최신 개발된 칩 전력을 100으로 놓고 보면 2023년 최신 개발된 칩 전력은 0.66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16년 만에 반도체 칩에 필요한 전력이 채 1%도 되지 않을 만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앞으로 전력 사용량과 함께 기술 발전 또한 매우 빠르게 발전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그런 얘기가 바로 쿠미의 법칙이라고 하는, 그러니까 컴퓨팅이 계속 연산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비가 1년 반에 반으로 줄어든다, 이런 식의 효율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이 일어난다라고 하는 쿠미라고 하는 스탠퍼드 대학 교수가 주장한 바인데요. 이런 것들이 현실화되는 면이 AI 분야에서도 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 강석찬> 네, 그렇습니다. AI를 잘 쓰면 분명히 환경적으로 유용합니다. 세계 경제포럼이 예측한 결과를 보면요. AI를 효과적으로 쓰면 전력, 식품, 교통 딱 3가지 분야에서만 매년 이산화탄소를 최대 6Gt(기가톤)을 줄일 수 있다고 했거든요. 단순 계산해 보면 승용차 12억 대가 싹 사라지는 수준입니다. AI로 똑똑하게 일하면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인 거죠.
근데 반대되는 이야기도 많은 건 사실입니다. 문제가 AI 바깥에 있다는 지적인데요. 과거에 비해서 최신형 자동차들은 연비가 좋아졌으니까 탄소 배출을 덜 하겠네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효율화 기술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차를 끌고 다닙니다. 전력 사용을 아무리 줄여도 결국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전력 사용 총량이 늘어난다. 이게 제본스의 역설이라고 하는 이론인데요. 실제로 AI 효율화 기술이 발전해도 빅테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구글만 봐도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4년에 48%, 거의 50% 가까이 증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20년 대비 2023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30%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 홍종호> 네, 제본스가 영국의 19세기의 경제학자죠.
◇ 강석찬> 맞습니다.
◆ 홍종호> 저도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잘 아는데, 제본스가 그런 얘기를 한 거죠. 석탄 사용 효율이 늘어날수록 석탄 사용량이 줄어들 것 같은데 안 줄어든다. 오히려 왜냐하면 효율이 높아지니까 자꾸만 더 쓰려고 한다. 이게 이제 이른바 제본스의 역설, 제본스 패러독스고 리바운드 효과라고 경제학에서는 부르는 건데요. 그 흐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네, 한편으로는 또 계속 AI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전력 소비량이 늘고 그러면 기후변화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잖아요. 아니 AI는 문명의 이익이고 사람들 편하게 살려고 하는 건데, 즉 더 재미있게 좋게 편리하게 생산성 높게 살려고 하는 건데 그래서 기후 피해가 더 커져서 인류가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사망에 이른다면 과연 인류는 도대체 뭘 추구하고 있는 건가, 굉장히 근본적인 문제에 닥치게 되잖아요. 관련해서 강 기자께서는 쭉 과정을 취재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어요? 취재를 몇 개월 동안 하면서.
◇ 강석찬> 우선 취재의 결과와는 조금 별개로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확실한 건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겁니다. AI에 투자되는 비용을 기술적으로 환산하면 정도 속도로는 앞으로 더 많은 전력 사용량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거는 단기간에는 모든 전문가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었거든요. 그렇다면 뭘 해야 되지?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제가 판단하기로는 이른바 기후 리터러시를 키우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 강석찬> 기후 리터러시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더 드리면요. 기후 문해력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단순히 뭐 이건 화석 연료야, 뭐 이건 신재생 에너지야, 탄소 배출하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뭐 단순한 정보에서 그쳐선 안 된다. 교육이 다양한 정보들을 연결시켜서 논리와 맥락을 이해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 실천까지 하도록 돕는 게 기후 리터러시 교육의 목적입니다.
예시로 간단하게 설명드리면요. AI는 많은 전기를 써. 그런데 환경을 파괴하는 전기 생산 방식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는 지역에 맞는 재생에너지 생산 방식은 뭘까? 발전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돈을 내서 환경 보호에 쓰는 건 어떨까? 이렇게 사고를 점점 확장시켜 나가는 건데요. 기후의 문제를 밋밋하거나 추상적으로 느끼지 않고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실제로 전문가분들 인터뷰했을 때도 기후 리터러시가 대한민국에 되게 부족한 거 아니냐는 지적을 했을 때 제가 인터뷰하다가 무릎을 쳤어요. 맞습니다, 라고 제가 계속 꼬리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홍종호> 그 문해력을 높이려면 누가 노력을 해줘야 됩니까? 언론인가요?
◇ 강석찬> 언론의 역할이 분명히 크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언론만으로는 안 되겠죠. 하지만 최근에 전문가분들도 다 당연히 많이 말씀하시는 게 언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데스크 혹은 기자 자체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혹은 상업적인 인과 관계, 상업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에는 기후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있으셨어요. 그래서 기후 보도상을 제정하고 앞으로 더 많은 기후 보도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셨습니다.
◆ 홍종호> 저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함과 동시에 정부가 조금은 개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폭주 기관차처럼 지금 AI를 활용하고 또 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공급과 수요가 맞물려 가는 상황에 대해서요. 예를 들어 챗GPT를 사용할 때 예를 들어 딱 들어가게 되면 앞부분에 담배에 대한 경고 문구가 있듯이 흡연은 건강을 악화를 초래한다, 문구가 있듯이 AI 너무 많이 쓰면 탄소 배출돼서 지구의 미래가 어둡습니다라든지 경고 문구를 거기에 넣는다든지. 이런 것들을 정부가 해당 테크 기업에 대해서 강제한다면 소비자들한테 좀 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AI와 관련된 취재를 앞으로 계속해서 한다면 어떤 쪽으로 더 심도 있게 하고 싶은지 한번 말씀해 주세요.
◇ 강석찬> 제가 최근에 흥미롭게 느꼈던 것은 박물관에 탄소 배출이 정말 많다는 거였어요. 얘기를 정말 흘려가듯이 해 준 전문가분이 계셨는데, 박물관은 항온 항습과 일정한 조명을 계속해서 비춰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기 사용량과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셨거든요. 건물 단위로 생각해보면, 해외에서는 아예 골조를 제외한 내외벽을 나무로 만듭니다. 그런 경우에 탄소 배출이 훨씬 줄어들겠죠. 그러니까 기후를 생각하고 있는 특정 개체의 반대편 대척점에 놓고 서로 비교해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기사와 취재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홍종호> 지금 강 기자 얘기를 제가 들으면서 제 나름의 해석을 해보자면, AI는 굉장히 인류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 거야, 이런 관점. 박물관도 역시 감성과 또 역사 의식을 높이는 굉장히 유용한, 그러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아주 유익한 존재야, 속에 탄소 배출이 많이 일어나고 그걸 소비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것들을 지적해내는 게 또 기자의 날카로운 눈이 아닐까요. 어떻게 제 해석이 맞습니까?
◇ 강석찬> 해석 정확하시고요. 저도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 홍종호> 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CBS 노컷뉴스 강석찬 기자였습니다.
◇ 강석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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