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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고 중국은 불안하다... 아시아 활로 넓히는 K게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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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고 중국은 불안하다... 아시아 활로 넓히는 K게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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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구 많은 아시아, 매력적 시장
인도 '배그' 생중계 시청 2400만 명
'한한령' 아픈 기억 중국 대체할 지역
'금단 영역 없다' 북미·유럽도 두드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왼쪽)와 엔씨의 '아이온2' 속 장면들. 크래프톤·엔씨 제공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왼쪽)와 엔씨의 '아이온2' 속 장면들. 크래프톤·엔씨 제공


#. 2,800억 원. '배틀그라운드(배그)'로 알려진 크래프톤이 2021년부터 인도에 투자한 누적 투자금이다. 인도에서 배그 모바일이 큰 인기를 끌면서 현지 개발사뿐 아니라 게임 스트리밍 기업,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업 등 게임을 넘나드는 갖은 분야에 투자금을 쏟아 넣었다. 제3의 개발사가 만들어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유통한 게임만 해도 4년 새 8종에 이른다.

#. 엔씨소프트는 19일 베트남의 모바일 게임 회사 '리후후'의 모기업 지분을 1,534억 원에 사들였다. 리후후는 2017년 설립 후 100개가 넘는 캐주얼(가벼운) 모바일 게임을 시장에 쏟아내며 성장해 왔다. 모바일 게임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두드리려는 엔씨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의 최신작 아이온2도 지난달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출시했다.

모바일·캐주얼 게임 인구 공략


국내 게임사들이 아시아 시장의 문을 본격 두드리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한국 시장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면서, 당국의 통상과 허가 리스크가 큰 중국 시장의 위험은 분산하기 위해서다. 아시아 일대는 서구권이나 일본 게임사들이 강세인 PC·콘솔(게임기) 분야가 아니라, 모바일·캐주얼 분야의 게임 인구가 많다는 점도 집중 공략하는 포인트다.

23일 인도 콜카타의 보우 배럭 주택가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거리를 거닐고 있다. 콜카타=AP/뉴시스

23일 인도 콜카타의 보우 배럭 주택가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이 된 거리를 거닐고 있다. 콜카타=AP/뉴시스


인구 대부분이 젊다는 것만으로도 게임엔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위연령이 46세인 한국과 달리, 인도(28세), 인도네시아(30세), 베트남(32세)은 30살 전후로 젊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더불어 게임시장도 빠르게 성장한다. 시장조사기관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전체 게임 이용자 수는 전년보다 12% 증가한 4억4,400만 명이다. 인도 인구 3명 중 1명은 게임을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은 PC 보급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이스포츠, 스트리밍(방송) 등 게임을 둘러싼 문화 환경 전반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배그 모바일 경기는 인도 역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된 이스포츠가 됐고, 동시 시청자 2,400만 명을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의 1인칭 슈팅(FPS)게임 '크로스 파이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하는 이스포츠 대회 EWC에 올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올해 EWC엔 89개국 2,500명의 선수가 참여했고, 인기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 생중계는 최고 동시 시청자가 750만 명에 달했다.

중국 판호 발급 혹시 또 멈출라



올해 EWC에서 철권8 종목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임수훈(가운데) 선수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EWC제공

올해 EWC에서 철권8 종목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임수훈(가운데) 선수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EWC제공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자 한국 게임의 최대 수출국이지만, 중국 시장을 보는 한국 게임사들 심경은 복잡하다. 미·중 통상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언제 한한령 같은 금수 조치가 재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PC, 콘솔, 모바일 나눌 것 없이 게임 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시장이면서도, '판호'가 항상 문제"라고 했다. 외국 게임이 중국에 출시하려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일종의 허가증인 '외자판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로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이 멈춰버린 전례가 있다. 국내 게임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23년 25.5%로, 전년보다 5%포인트가량 줄었다.


넥슨의 신작 '아크 레이더스'의 트레일러 영상 장면. 넥슨 제공

넥슨의 신작 '아크 레이더스'의 트레일러 영상 장면. 넥슨 제공


금단의 영역처럼 여겨진 북미와 유럽 시장을 두드리는 기업도 있다. 넥슨은 PC와 콘솔 분야에서 '퍼스트 디센던트', '데이브 더 다이버' 등을 내놓았고, 두 게임의 확장판도 출시 준비 중이다. 2019년 스웨덴의 게임 개발사를 인수해 올해 내놓은 '아크 레이더스'는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이용자 83%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