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조사 결과 이어 증거 영상도 공개
개인정보 유출을 '노출'로 표현해 비판
첫 발표와 달리 피해 규모 약 7500배
이례적으로 수사기관 앞서 결과 발표도
"국민 정서 몰이해, 조급함에 헛발질"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쿠팡이 갑자기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 발표해 또 다른 논란에 불을 댕겼다. 수사 대상이 수사기관 및 정부 차원 조사 결론에 앞서 일방적으로 사건 조사 내용을 발표한 자체가 워낙 이례적이어서다. 더구나 쿠팡은 4,500여 명의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발표와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 격차가 워낙 컸던 전력이 있어 이미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쿠팡은 26일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었다"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고 밝혔다. 쿠팡은 유출자가 하천에 버렸다는 노트북을 수거하는 영상 등도 같이 공개했다.
참고 자료를 불시에 내놓은 것은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여론이 강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직접 유출자를 확인해 자백을 받았고, 자체 조사 결과 유출자가 실제로 저장한 계정은 3,000명분뿐이며, 현재 유출된 정보는 모두 삭제됐다는 등의 내용을 알렸다.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린 정부와 수사기관은 즉각 "확인 안 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영상 등 참고 자료까지 공개한 것은 정부 등과 협조해 드러난 조사 결과라는 쿠팡의 항변인 셈이다.
개인정보 유출을 '노출'로 표현해 비판
첫 발표와 달리 피해 규모 약 7500배
이례적으로 수사기관 앞서 결과 발표도
"국민 정서 몰이해, 조급함에 헛발질"
쿠팡이 자체 회수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증거물 사진을 공개한 26일 서울의 한 쿠팡센터에 배송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쿠팡이 갑자기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 발표해 또 다른 논란에 불을 댕겼다. 수사 대상이 수사기관 및 정부 차원 조사 결론에 앞서 일방적으로 사건 조사 내용을 발표한 자체가 워낙 이례적이어서다. 더구나 쿠팡은 4,500여 명의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발표와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 격차가 워낙 컸던 전력이 있어 이미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쿠팡은 26일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었다"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고 밝혔다. 쿠팡은 유출자가 하천에 버렸다는 노트북을 수거하는 영상 등도 같이 공개했다.
참고 자료를 불시에 내놓은 것은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여론이 강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직접 유출자를 확인해 자백을 받았고, 자체 조사 결과 유출자가 실제로 저장한 계정은 3,000명분뿐이며, 현재 유출된 정보는 모두 삭제됐다는 등의 내용을 알렸다.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린 정부와 수사기관은 즉각 "확인 안 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영상 등 참고 자료까지 공개한 것은 정부 등과 협조해 드러난 조사 결과라는 쿠팡의 항변인 셈이다.
이렇게 신뢰를 받지 못한 상황이 된 것은 '자초위난(自招危難·스스로 화를 초래해 곤란한 지경에 빠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쿠팡은 지난달 20일 고객 4,500여 명의 이름과 이메일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9일 후 한국 성인 대다수에 해당하는 약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처음 알렸던 것보다 무려 7,500배 늘어나자 피해 규모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쿠팡의 미온적 대응도 비판을 키웠다. 유출 사고를 '노출'로 표현했던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고, 사과문을 게재 이틀 만에 내리고 크리스마스 광고를 집어 넣어 또 여론을 들끓게 했다. 급기야 박대준 전 대표가 물러나고 쿠팡 미국 본사(쿠팡 Inc)의 해럴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이 임시 대표로 선임됐지만 이마저도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꼬리 자르기'라거나, 법무적 대응 강화 차원이라는 의심을 불렀다.
불신 자초한 뒤 조급함에 헛발질 비판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2021년 3월 11일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NYSE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이렇게 불신이 큰 상황에서 쿠팡은 수사기관 등의 조사 및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자체 결론을 공개한 것이다. 보통 수사를 받는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진상 파악을 마쳤더라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니 수사가 끝날 때까지 알려줄 수 없다"거나 "수사기관에 확인해야 한다"는 둥 결과를 스스로 발표하지 않는다. 수사기관 등에 밉보이는 건 예사고, 수사와 자체 조사 결과가 다를 경우 사안을 축소했다는 후폭풍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 등도 영입한 쿠팡이 이런 정황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수사기관에 앞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배경에는 김범석 의장의 한국 정서에 대한 몰이해와 조급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보 관리 주체인 기업에도 책임을 묻는 한국적 정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이 사태를 어떻게든 빨리 가라앉히기 위해 헛발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실상 미국인인 김 의장 입장에서는 쿠팡도 유출 사건의 피해자인데 모든 책임을 쿠팡에 묻는 분위기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