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8월 자사 보도 X에 공유… 뒤늦게 '눈길'
"스포츠카·핸드백 대신 다자녀·대가족 자랑"
미국 억만장자 22명은 '자녀 7명 이상' 양육
"자녀가 '부의 상징' 될 수는 없어" 회의론도
선진국 부호들이 다자녀로 대가족을 이루는 최근 현상이 새로운 방식의 '플렉스(Flex·자기 만족을 위한 사치 또는 부의 과시)'로 자리 잡았다는 외신의 분석이 넉 달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다만 완벽한 '이상형'으로 비치는 대가족 모습이 비혼·저출생 등 일반 대중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론도 함께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엑스(X)에 '궁극적인 지위의 상징? 그것은 대가족이다'라는 제목의 자사 기사를 게시했다. 올해 8월 보도된 이 기사는 저출생이 국제적 흐름으로 고착화하는 가운데, 일부 갑부가 여러 명의 자녀를 낳고 기르는 현상의 배경을 조명했다. 과거에는 희귀한 스포츠카나 핸드백, 고가의 시계 등 사치품들이 부의 상징이었다면, 2025년 들어선 어마어마한 양육비와 가사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많은 자녀를 기르는 게 '부의 과시'를 위한 신종 문화가 됐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FT가 꼽은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초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머스크는 여러 여성과의 사이에서 자녀 14명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 경제 매체 포브스가 700명 이상의 미국 내 억만장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소 22명이 자녀 7명 이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현대 중산층 부모들 사이에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가 육아 문화로 부상하는 반면, 그 스펙트럼의 반대편 극단을 추구하는 '이상한 집착증'도 생겨났다"고 짚었다. 이어 "마치 화보처럼 완벽한 가족의 구성원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 부자들의 삶을 대중이 넋을 잃고 구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포츠카·핸드백 대신 다자녀·대가족 자랑"
미국 억만장자 22명은 '자녀 7명 이상' 양육
"자녀가 '부의 상징' 될 수는 없어" 회의론도
일론 머스크(오른쪽 두 번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임원인 시본 질리스(왼쪽 두 번째)와 함께 낳은 두 자녀를 각각 한 명씩 안은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시본 질리스 엑스(X) 계정 캡처 |
"2025년 초고액 자산가가 부를 과시하는 방법은 자녀를 여러 명 두면서도 부모가 되기 전의 생활 방식과 취미, 그리고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선진국 부호들이 다자녀로 대가족을 이루는 최근 현상이 새로운 방식의 '플렉스(Flex·자기 만족을 위한 사치 또는 부의 과시)'로 자리 잡았다는 외신의 분석이 넉 달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다만 완벽한 '이상형'으로 비치는 대가족 모습이 비혼·저출생 등 일반 대중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론도 함께 제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엑스(X)에 '궁극적인 지위의 상징? 그것은 대가족이다'라는 제목의 자사 기사를 게시했다. 올해 8월 보도된 이 기사는 저출생이 국제적 흐름으로 고착화하는 가운데, 일부 갑부가 여러 명의 자녀를 낳고 기르는 현상의 배경을 조명했다. 과거에는 희귀한 스포츠카나 핸드백, 고가의 시계 등 사치품들이 부의 상징이었다면, 2025년 들어선 어마어마한 양육비와 가사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많은 자녀를 기르는 게 '부의 과시'를 위한 신종 문화가 됐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부자들이 꾸린 대가족, 대중들은 넋 놓고 구경"
FT가 꼽은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초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머스크는 여러 여성과의 사이에서 자녀 14명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 경제 매체 포브스가 700명 이상의 미국 내 억만장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소 22명이 자녀 7명 이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현대 중산층 부모들 사이에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가 육아 문화로 부상하는 반면, 그 스펙트럼의 반대편 극단을 추구하는 '이상한 집착증'도 생겨났다"고 짚었다. 이어 "마치 화보처럼 완벽한 가족의 구성원이 끝도 없이 늘어나는 부자들의 삶을 대중이 넋을 잃고 구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
이 기사는 26일 기준 X에서 16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뒤늦게 이목을 끌고 있다. 댓글 500여 개가 달리는 등 해외 누리꾼들 간 갑론을박도 벌어지는 모습이다. 일단 동조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미국 뉴욕에서 살며 아이가 셋이고, 아이들이 방 하나씩을 갖고 있다면 '상속자'나 다름없다"고 적었다. 또 "어쨌든 자녀가 있으면 돈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대다수의 젊은 연인들은 본인들이 살 집 한 채 마련하기도 힘들다"는 반응도 나왔다. '재력'과 '자녀 수'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다만 아이를 '부의 상징'으로 치환하는 시선에 대한 거부감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렇다면 가족을 꾸리는 게 사회적 지위로 인식되는 것이 과연 좋다는 말인가"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FT "모두가 대가족 되고 싶은 것은 아냐"
FT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부자가 대가족을 꾸린다고 해서, 현대인들이 그것을 무작정 동경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신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트래드 와이프(Trad Wife·자녀 여러 명을 기르며 전통적 여성 역할에만 복무하는 아내)나 다수의 자녀를 둔 억만장자의 배우자를 팔로우하는 게 반드시 과거로의 퇴행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의 삶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거나, 결코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삶의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