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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위협이 기회? "베네수엘라 마두로, 반대파 탄압 강화"

머니투데이 이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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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위협이 기회? "베네수엘라 마두로, 반대파 탄압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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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약 밀매 차단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를 향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위협을 내부 반대 세력 탄압에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9월1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마약 카르텔에 대응하겠다며 최근 자국의 선박을 공격해 11명이 사망한 사건 등을 '악의 범죄'로 규정하며 미국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자국 선박 공격을 "전면적 침략"으로 규정하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죽음과 전쟁의 군주'라고 불렀다. /AP=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9월1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마약 카르텔에 대응하겠다며 최근 자국의 선박을 공격해 11명이 사망한 사건 등을 '악의 범죄'로 규정하며 미국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자국 선박 공격을 "전면적 침략"으로 규정하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죽음과 전쟁의 군주'라고 불렀다. /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마르티나 라피도 라고치노 연구원은 "마두로 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핑계로 군대를 배치하고 반체제 인사 수십명을 '반역자'로 낙인찍고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 이 단체는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채 구금된 수감자가 최소 19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의회는 지난 2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 추진을 "홍보·선동·요청·옹호·촉진·지원·자금 지원 또는 참여"하는 사람에게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이후 반대 세력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 WP를 비롯한 여러 독립 감시 단체는 야당 대선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마두로를 2배 차로 압승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마두로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정선거 의혹으로 거리 시위가 격화하자 당국은 수천 명을 체포했다. 인권단체 포로페날은 이달 정부가 정치범 약 900명을 수감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야당 정치인인 알프레도 디아스 전 누에바에스파르타주 주지사는 지난해 대선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테러와 증오 조장 혐의로 구금됐다. 그는 투옥 1년여 만인 지난 6일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마두로 정부는 정치 인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 체포했다. 65세 의사 마기 오로스코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위기를 비판하는 왓츠앱 메시지를 공유했다가 반역·증오 선동·음모 혐의로 체포돼 지난달 징역 30년 형을 받았다. 16세 가브리엘 호세 로드리게스는 지난 1월 마두로 취임식 전날 열이 나서 병원을 찾았다가 '말썽꾼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끌려가 이달 테러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를 포함해 10대 청소년 최소 5명이 비슷한 혐의로 수감 중이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시민 활동에 대한 탄압이 심화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있다"며 "언론인과 인권운동가, 야당 인사, 나아가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단지 자기 일을 한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위협과 자의적 구금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유조선 나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팸 본디 법무장관실 제공)

미군이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유조선 나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팸 본디 법무장관실 제공)


미국의 압박 이후 마두로 정부가 탄압을 강화한 것을 두고 툴레인대학교 사회학자 데이비드 스밀드는 "군사 작전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위협은 당연히 핑계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며 놀라운 상황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선을 폭격하고 베네수엘라 주변으로 미군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최근엔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에 쓰이는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마두로 정권의 돈줄 차단에도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유조선 나포를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을 훔치려는 '해적 행위'로 규정했다. 지난 22일에는 베네수엘라 요청으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사무엘 몬카다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는 "미국이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갈취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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