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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쿠팡 민관합동조사단 인력 대폭 늘린다···유책 입증 속도전

서울경제 김기혁 기자,김흥록 기자,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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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쿠팡 민관합동조사단 인력 대폭 늘린다···유책 입증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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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 문제 비화 가능성에
대통령실 정면 대응 자제
진상규명으로 사태 논란 불식
개보위도 최대 규모 조사팀 구성
“포렌식 등 전문인력 확충 필요”



정부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조사할 인력을 대폭 확대한다. 쿠팡이 ‘셀프 조사’ 논란을 일으킨 데다 미국 정관계와 접촉을 강화하면서 쿠팡 사태의 외부 잡음을 차단할 수 있는 빠른 진상규명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주부터 쿠팡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인력을 13명에서 30명 이상으로 2배 넘게 늘릴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2차관이 팀장인 쿠팡 범부처 태스크포스(TF)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확대되면서 정부가 쿠팡 사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다른 사이버 침해 사고에 투입됐던 인력들이 쿠팡 조사에 합류한다”면서 “범부처 TF가 부총리 주재로 격상되는 것은 정부가 쿠팡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최대 현안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쿠팡 사태를 둘러싼 논란을 조기에 불식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말부터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쿠팡 침해 사고 원인을 분석 중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 문제로 인해 쿠팡 조사가 더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전날 3000개의 개인정보만 유출됐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하자 사태가 진실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쿠팡 자체 조사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쿠팡 주장에 반박할 수 있도록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이 커졌다.

쿠팡 민관합동조사단의 진상규명이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쿠팡 행보에 대한 객관적인 유책 여부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쿠팡 사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사이버 조사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기정통부 행보에 발맞춰 개인정보위도 쿠팡 사태 조사에 사상 최대 규모 조사팀을 구성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사이버 보안사고가 발생할 때 개인정보 유출 여부와 경위, 위법 여부를 별도로 조사한다. 현재 개인정보위 조사인력은 31명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지원인력을 포함해 14명이 쿠팡 사건을 파고들고 있다. 이는 앞서 발생한 SK텔레콤 사건과 함께 2020년 위원회 창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조사팀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쿠팡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이례적인 만큼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여건과 필요에 따라 조사 인력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쿠팡 사이버 침해 사고 조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번 사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대통령실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는 데는 부담이 따르는 만큼 앞으로는 쿠팡 사태와 관련해 범부처 TF 차원에서 대응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팡 입장으로선 자신들을 겨냥해 범부처 장관 회의를 연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조사했다고 결과를 발표한 것은 경솔한 대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쿠팡 행보를 비난하는 여론전보다는 명확한 진상조사가 쿠팡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팡이 미국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이며 이번 사태를 한미 무역 갈등으로 비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23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관계 재균형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한국이 미국 테크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그 노력을 저해한다면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대규모 과징금 부과 및 영업정지 검토, 특별세무조사 등 쿠팡에 대한 전방위 압박 조치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또한 쿠팡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Inc.)가 소유하고 있어 쿠팡이 법적으로는 미국 기업이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전날 열린 쿠팡 사태 관계 부처 장·차관급 회의에선 쿠팡의 미국 정계 로비와 관련한 대응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정교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진다면 미국 일각에서 내세우는 ‘차별적 규제’라는 프레임을 깨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사이버 침해 사고 조사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전문 인력 충원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해킹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산업 분야별로 다른 정보통신 환경에 맞는 전문 인력은 물론 로그 데이터 분석 전문 인력, 포렌식 전문 인력 등 조사 직무가 세분화돼야 한다”면서 “침해 사고 대응의 국제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부다페스트협약으로 불리는 사이버범죄협약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이버 침해 사고 대응 기관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강제 수사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과기정통부·개인정보위 업무보고에서 KISA와 개인정보위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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