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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통제’ 있으면 하청 교섭권...노란봉투법 지침 나왔다

매경이코노미 이정선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sunny0012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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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통제’ 있으면 하청 교섭권...노란봉투법 지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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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시행 앞두고 ‘실질적 지배력’ 기준 구체화
백화점·조선소 등 산업계 파장 예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9일 서울역 앞에서 연 파업 돌입 긴급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9일 서울역 앞에서 연 파업 돌입 긴급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3월 10일 시행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해석 지침을 26일 공식 발표했다.

이 법은 본사가 하청업체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하청업체 근로자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의 범위에 대해 정부는 본사가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의 핵심 부분을 사실상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이를 독자적으로 정할 수 없다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는 본사가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계약 조건이나 세밀한 작업지시서, 혹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봤다. 또한 단발적 개입이 아닌 근로자의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제약하는 구조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백화점·면세점이 입점 브랜드 직원들과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해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한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 본사의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구조적 통제’가 인정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 지정·변경은 근로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 관련 근로조건에 적어도 일정 수준의 영향을 미치므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노동부는 본사가 하청업체와 교섭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때, 하청 사업이 본사 사업에 사실상 편입됐는지 여부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이는 본사 제품의 핵심 부품 생산을 하청업체가 전담하거나 본사와 하청 직원이 공동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해당된다.

특히 하청업체 매출 대부분이 본사에서 발생해 계약 종료 시 기업 존속이 어려워지는 ‘경제적 종속’ 관계라면 본사가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봤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옥포조선소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와 성과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 의제에 대해 교섭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하청업체가 한화오션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반면 하청업체가 자체 기술과 생산시설을 보유해 경제적으로 독립돼 있다면 교섭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한, 본사가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이나 세밀한 작업지시서 등을 통해 하청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돼 교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노동부는 개별 사안별로 본사가 교섭해야 할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정 항목에 대해 본사가 실질적 결정권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 복리후생 항목까지 모두 교섭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본사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체적인 항목에 한해 교섭 책임이 따른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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