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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정보 유출한 직원 만나고도 경찰에 안 알려...'증거인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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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정보 유출한 직원 만나고도 경찰에 안 알려...'증거인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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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정보 유출 피의자 검거 관련 조치 중
쿠팡, 피의자 자체 진술 내용 등 기습 발표
정작 정보 유출자 접촉 방식 등은 안 밝혀
警 21일 자료 받아 "그 전 정보 공유 없었다"
"입 맞추기, 축소·은폐 가능성 배제 못 해"


25일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쿠팡이 정보 유출 직원을 '셀프 조사'한 사실을 경찰에 제때 알리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경찰 내에선 쿠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증거인멸'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의자끼리 논의한 뒤 경찰에 각종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입 맞추기' '사건 내용 축소·은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발표 후 12월 초부터 피의자 검거를 위한 조치를 취해뒀다. 문제는 쿠팡이 경찰의 검거 조치 이후 피의자를 접촉해 진술서를 받고도 즉시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보 유출 피의자는 중국 국적으로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소재 파악 등이 우선인 시점에 수사와 신병 확보에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는 '접촉 사실'을 경찰에 바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쿠팡 측의 설명에 의문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17일에 피의자 진술서를 정부기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는데 △피의자의 소재 △접촉 방식 △진술 형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경찰이 진술서를 포함한 각종 자료를 쿠팡에 제출받았다는 시점도 21일로 쿠팡이 밝힌 날짜와 무려 4일이나 차이가 난다. 경찰 관계자는 "쿠팡이 지속적으로 '정부 기관'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 정부 기관에 경찰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21일 전에는 경찰이 쿠팡에서 받은 정보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에서 쿠팡의 주장 또한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전날 경찰이 "쿠팡 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피의자의 실제 작성 여부와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인지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힌 이유다.

경찰 내에선 쿠팡의 행위가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정보 유출 피의자와 함께 수사선상에 올라온 상황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선상에 있는 두 주체가 경찰에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사실상 논의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며 "쿠팡이 정보 유출 직원과 이번 사건에 대해 입을 맞추고 사건의 규모나 내용을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