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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은폐 의혹’ 무죄…서훈 “윤석열 정부 무도함이 빚은 정치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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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은폐 의혹’ 무죄…서훈 “윤석열 정부 무도함이 빚은 정치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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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취재진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취재진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기소된 지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26일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가정보원 비서실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고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에서 피살됐을 때 당시 국방부와 해경 등은 ‘이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서 전 실장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해양경찰청장에게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 유지를 지시하고, 이씨를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실장은 이씨가 숨진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국정원 직원들에게 사건 관련한 첩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 전 장관도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서 전 실장이 내린 ‘보안유지 지시’를 이행하게 하고, 첩보를 삭제시키게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적인 지시가 개입되는 등 절차적인 면에서 위법이 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어떠한 절차를 위반하거나 지휘 체계, 계통을 따르지 않거나 회의 결과, 판단 과정 등을 문서로 남기지 않는 등 하자나 문제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한 논의·지시 등은 모두 정식 체계와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이는 대부분 문서를 통해 기록돼 남아있다고 했다. 또 ‘월북’ 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관련 조치·보고 등은 다수가 참여하는 회의를 거쳐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 혹은 일부 사실을 숨긴 내용의 자료가 제공되거나, 어떠한 방향을 정해놓거나 특정한 결론이 나도록 사전에 교감·언급·지시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제한된 시간에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그 당시의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나름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과 절차에 있어 사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합리성과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 전 장관 등 피고인들이 ‘고 이대준씨의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검찰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의 피격·소각 사실을 보고받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사실을 확인하여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릴 것’을 명확하게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들의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다”며 “검사 주장으로는, 피고인들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지시를 어겼다는 것인데,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으로부터 해당 지시를 받기 이전에도, 제1차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망인의 피격·소각 사실을 모르고 있던 통일부 장관도 소집됐고, 국가안보실은 이를 해수부와 해경청에 따로 알려주기까지 하였는바, 감추려고 하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서 전 장관 등이 ‘고 이대준씨를 월북한 것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는 주장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선고 직후 서 전 실장은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책임자들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이에 실패하자 월북사건으로 몰아가며 기소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과 독선이 빚어낸 정치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에게는 “북한의 무도한 행위로 돌아가신 망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고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저희 네 사람을 믿어준 국민과 현명한 심판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 말씀드린다. 저를 제거하려고 정치공작을 한 윤석열은 파면됐고 감옥 갔고 저는 무죄가 됐다”며 “정치 검찰·국정원 되지 않기 위해 더 개혁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씨 유족은 이번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도저히 오늘 판결에 대해서 납득하기 어렵고 의문도 들고 좀 황당무계한 판결문”이라며 “어떻게 싸워야 할지 또 어떻게 재판을 해야 할지 변호사, 전문가들과 종합적 판단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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