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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차라리 태어나지 말걸"...성탄절 SNS에 5·18 사진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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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차라리 태어나지 말걸"...성탄절 SNS에 5·18 사진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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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80년 광주 희생자·유족' 사진 게시
"저 같은 벌레를 사랑으로…" 거듭 사죄 표현
'全 일가 비리 폭로' 웹툰 연재도 SNS서 '화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2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 1980년 당시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의 모습(왼쪽 사진)과 어린 시절 자신이 조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2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들. 1980년 당시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의 모습(왼쪽 사진)과 어린 시절 자신이 조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1931~2021)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9)씨가 성탄절인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은 사진을 올리며 자괴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1980년 광주 시민들을 유혈 진압하고도 41년 동안 끝내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난 조부와 관련, 후손으로서 느끼는 죄책감을 표현한 셈이다.

전씨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어린 시절 자신이 전두환과 함께 찍었던 가족 사진과 영상,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사진을 잇따라 게시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태어나지 말걸"이라고 적었다. 5·18 희생자와 유족을 향해 재차 사죄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2023년 3월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에게 큰절을 하며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2023년 3월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에게 큰절을 하며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미국 체류 중이었던 2023년 3월, 전씨는 SNS를 통해 할아버지인 전두환을 '학살자' '범죄자'로 칭하며 일가의 불법 행위를 폭로했다. 귀국한 뒤에는 광주를 찾아 희생자 묘소, 유가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로 사죄했다.

일회성 사과가 아니었다. 그 이후에도 전씨는 사죄의 마음을 종종 드러냈고, 이날도 5·18 희생자 유가족으로 보이는 중년·노년 여성들과 함께 전남 화순시 동구리호수공원 등을 나들이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밑에는 "저 같은 벌레를 사랑으로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왼쪽 두 번째)씨가 2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성들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으로 추정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왼쪽 두 번째)씨가 25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여성들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으로 추정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자신의 마약중독 치료와 종교 활동 사진도 올렸다. 앞서 전씨는 자신의 마약 투약 사실을 온라인에서 생중계한 뒤 사실상 자수했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간에 등불처럼 계셨던 분들" "살 자격이 없다고 느끼던 제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아 주신 요셉 목사님" 등의 문구를 덧붙였다.

전씨는 최근 가족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의 웹툰도 SNS를 통해 연재하고 있다. 주인공이 겪은 가족 내 폭력, 고립된 유학 생활 등을 담고 있는 이 웹툰은 전씨의 자전적 이야기로 여겨진다. 전두환이 생전 거주했던 서울 연희동 집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성'에 갔다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감금됐던 일, 차량 이동 중 멀미를 호소했다가 폭행을 당했던 일, 아버지의 불륜 등을 그린 전씨의 웹툰은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 중인 웹툰의 일부. 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 중인 웹툰의 일부. 인스타그램 캡처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