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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자금세탁 리스크' 의혹 제기...국내 자금세탁방지 기조 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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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자금세탁 리스크' 의혹 제기...국내 자금세탁방지 기조 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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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 사진=바이낸스 제공

/ 사진=바이낸스 제공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수 인수를 통해 국내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계정들의 거래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국내에서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방지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낸스가 2023년 11월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등 규제당국과의 합의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음에도, 이후에도 의심 계정들의 거래가 이어진 정황이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의심 계정 13개는 2021년 이후 총 17억 달러 규모의 거래에 관여했다. 이 중 2023년 11월 합의 이후 발생한 거래만 1억44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내부 로그, 고객확인(KYC) 서류, 접속 IP, 거래 내역 등을 분석했고, 블록체인 데이터의 지갑 이동 경로 등 자료를 대조해 계정 활동을 교차 검증했다고 밝혔다. 해당 계정들은 베네수엘라·브라질·시리아· 니제르·중국 등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사례로 2022년 4월 베네수엘라 여성 명의로 개설된 한 계정은 2년간 1억7700만 달러가 넘는 가상자산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계정은 2023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14개월 동안 연결 은행 정보를 647차례 변경했으며, 변경에 사용된 계좌만 서로 다른 496개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바이낸스를 활용해 미주 지역 금융기관에 현금을 분산 입금시키는 형태로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카라카스 거주 은행 직원 명의 계정도 언급됐다. 이 계정은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약 9300만 달러를 입금받고 유사한 규모를 암호자산으로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IP 기록에는 짧은 시간 간격으로 카라카스와 일본에서 접속한 흔적이 남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동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3개 계정이 2022년 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스테이블코인 테더 2900만 달러를 수령했으며, 이 자금이 이후 이스라엘 당국이 테러자금 연계 혐의로 동결한 계정들에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유입 자금 중 상당액은 시리아 국적자 타우피크 알-로와 연계된 지갑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목됐고, 이 지갑들이 2023년 5월 이스라엘에 의해 압수됐으며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2024년 3월 알-로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신원 확인 절차의 허점 가능성도 제기됐다. 훼손된 브라질 신분증으로 계정이 개설되거나, 계정 정보와 실제 이용자 특성이 맞지 않는 정황이 확인되는 등 KYC 절차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 특히 2023년 11월 미국 규제당국과의 합의 이후에도 규제기관이나 대형 은행이 문제 삼을 만한 불규칙 거래, 이른바 '패스스루(입금 후 24시간 내 재유출)' 패턴이 관찰됐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바이낸스의 국내 재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기반으로 유지해 온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방지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거래소가 국내 원화 입·출금 통로를 확보할 경우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이 국내 시장을 경유해 원화로 현금화되는 '게이트웨이'로 악용될 소지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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