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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내란 첫 구형, ‘헌정 질서 파괴’ 준엄하게 단죄해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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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내란 첫 구형, ‘헌정 질서 파괴’ 준엄하게 단죄해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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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체포방해 등 징역 10년 요구
尹, 반역에도 일말의 반성·사죄 없어
최고 권력자 ‘망동’ 막을 판결 기대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4개 내란 재판 중 처음으로 총 징역 10년형을 구형받았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6일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에 윤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체포방해 징역 5년,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허위사실 외신 전파·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징역 3년,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 징역 2년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388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후 272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 일당의 책임 회피, 재판 지연 기도에도 위헌·위법 계엄에 대한 사법 단죄가 임박했다.

26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방해 및 국무위원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 뉴스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26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방해 및 국무위원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 뉴스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혐의에 대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아전인수격으로 범행을 저질러 대한민국 법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피고인을 신임해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에게도 큰 상처가 됐다”며 “그런데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민에게 반성하거나 사죄하는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반복 주장했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특검팀은 공수처의 체포시도에 대한 경호처 동원 방해에 대해 “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사병(私兵)화해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저지하도록 한 것이 전례 없다”며 양형기준(가중구간 징역 1~4년)보다 무거운 형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일부 국무위원만 국무회의에 소집하거나, 비상계엄 해제 후 헌법에 따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부서(副署: 서명)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든 것도 거론됐다. 일국의 국가원수를 떠나 최고 법 집행 기관의 수장이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몰염치한 범죄 행위를 자행했다. 건전한 상식의 다수 국민은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 수사 과정에서 보통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행태로 형사 집행 절차를 우롱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죄나 반성은커녕 책임 회피와 자기변명의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검 구형이 이뤄진 결심 공판에서도 사죄의 말 한마디 없었다. 국가 반역, 국민 배신행위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이 한때나마 국정 최고책임자의 마지막 도리라는 점을 윤 전 대통령은 늦게라도 알아야 한다.

공수처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1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안에서 장갑차가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공수처가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1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안에서 장갑차가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특검의 구형이 즉각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12·3 사태 이래 윤 전 대통령 일당의 무지몽매한 행태는 온 국민이 지켜봤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미몽(迷夢)에 사로잡힌 윤 전 대통령 일당이 역사의 물줄기를 암흑으로 후퇴시키려던 시도는 국민의 힘으로 저지됐다. 비상계엄 관련 4개 재판을 포함해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7개 재판 중 첫 선고가 나오면 향후 다른 재판 결과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헌법과 법률, 정의에 기반한 헌정질서, 법치주의, 민주정치가 훼손되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최고 권력자에 의한 국헌 문란, 국법 위반, 권력 남용의 ‘망동(妄動)’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엄중한 인식 속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대한민국의 틀을 단단히 다질 준엄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 윤 전 대통령 일당의 내란 관련 재판이 신속히 마무리돼 우리 공동체가 다시 전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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