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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노란봉투법, 도급 계약 해지하면 구조적 통제? 오해 여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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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노란봉투법, 도급 계약 해지하면 구조적 통제? 오해 여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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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에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개념 명시"
오해 발생하거나 다른 기준과 충돌 우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제 6단체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제 6단체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부가 26일 행정예고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해석 지침에 대해 경영계는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하다"며 "사용자 판단 기준과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를 더 명확히 해야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확대된 사용자 및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 기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동부는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를 구조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면 '실제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규정하며, 다양한 구조적 통제를 예시했다. 이 중 경총이 문제 삼은 건 '계약 미준수 시 도급·위수탁 계약의 해지 가능 여부' 예시다. 내용만 보면 도급계약에서 일반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구조적 통제 대상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하청업체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는 게 정당한 수순인데, 이마저도 '실질적 통제력을 가진 사용자'의 근거가 된다면 원청업체 입장에서는 정당한 계약 해지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산업안전보건체계 전반을 실질적 지배·통제하는 경우'도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지침의 내용과 달리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 이행까지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쟁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불분명한 개념을 적시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경총은 "지침에서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면서도 이에 따른 정리해고,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고용보장요구 등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며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는 불분명한 개념 때문에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 기준이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재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앞선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근로조건의 '구조적 통제'로 정해 N차 협력사(도급사)까지 무한 교섭해야 하는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혼란을 최소화하려 한 고민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현장에는 워낙 다양한 사례가 많아 해석 지침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단체들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