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호텔 숙박권 사용과 공항·병원 의전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직 보좌직원들의 불순한 제보’라며 그들의 단체대화방 내용을 공개하자, ‘대화방 내용 제공자’로 지목된 전직 보좌직원이 ‘김 원내대표 등에게 텔레그램 아이디를 도용당했고 사찰까지 당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전직 보좌직원 ㄴ씨는 2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김 원내대표 주장과 달리 “대화방 내용을 김 원내대표 쪽에 넘긴 사실이 없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중대한 범죄행위이므로 상응하는 처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단체대화방 제보자\'로 지목한 전직 보좌직원 ㄴ씨가 26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
—본인의 텔레그램 계정이 김 원내대표의 부인에게 도용됐다고 언제 의심하게 됐나?
“작년 12월에 해고 통보를 받을 당시엔 ‘내 피시(PC)가 열려 있을 때 몰래 봤나’ 정도로 추측했는데, 휴대폰을 통해 텔레그램 계정을 탈취했단 걸 알게 된 건 올해 10월인가 11월쯤이다. 처음에는 내가 제공한 듯하다는 텔레그램 톡방(단체방) 사진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제 김병기 의원이 직접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확정이 된 셈이다.”
—본인 계정이란 걸 어떻게 아나?
“(보좌직원) 6명이 있는 방이었는데, 나머지 5명은 (대화 내용이) 다 왼쪽(수신자 쪽)에 있지 않나. 그러니 내 계정이란 게 확실해졌다. 또 막내 직원이라고 했는데, 내가 인턴이었고 9급이었다. 그럼 나를 칭한 거 아닌가.”
—김 원내대표 쪽에 직접 제공한 건 아닌가?
“(김 원내대표가 공개한 단체대화방 속 참여자들의) 저장된 이름이 (나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것과) 다르다. 그리고 공개된 사진의 화면을 보면 위에 뜨는 모양(배터리·와이파이 표시 등의 배열)이 다르다. (김 원내대표가 공개한) 그게 아이폰인데, 나는 2019년 이후로 아이폰을 쓴 적이 없다. 2022년 8월 쯤부터는 갤럭시 제트(Z) 플립을 계속 사용 중이다.”
—그럼 언제 어떻게 텔레그램 아이디가 도용된 것으로 생각하나?
“작년 12월5일에 사모(김 원내대표 부인)가 휴대폰을 아이폰으로 새로 바꿨다고 가져오셔서 앱 깔고 알람 음악 바꿔주는 등 선의로 도와준 적이 있다. 나랑 기종이 달라서 휴대폰으로 검색까지 하면서 도와줬다. 이건 추측이지만, 내가 업무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울 때 의원님 방에 내 휴대폰을 놔두고 나갔었는데, 그때 몰래 (사모가 내 계정으로) 로그인한 게 아닌가 싶다. 같이 검색하면서 보고 있던 상황이라 비밀번호를 풀어놓은 상태였다. 사모가 커피를 내려달라고 해서 자리를 2∼3분 정도 비웠는데, 그때로 추측한다. 전에도 종종 (휴대폰 사용에 관해) 한두개씩 물어보긴 했어서 의심하진 않았다.”
—본인의 계정이 도용됐을지 모른단 걸 알았을 때의 심경은 어땠나?
“처음 소문을 들었을 땐 ‘그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는데, (계정 도용이) 딱 확실해진 순간에는 배신감이 많이 들었다. 선의로 (휴대폰 이용을) 도와준 건데, 아무리 봐도 그때 탈취당한 것 같다. (휴대폰) 세팅하는 걸 도와준 걸 오히려 악용해서 의원에 대해서도 실망을 많이 했다. 동료들에게도 미안했다. 어쨌든 내가 털린 거니까. 또 사생활이지 않나. 그 대화방 말고도 다른 대화방도 열람했을지도 모르는 거다.”
—단체대화방에서 김 원내대표와 가족에 대한 과도한 욕설이 오갔다.
“욕설은 당연히 좀 미성숙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에 시도 때도 없이 (사모의) 사적 지시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에스엔에스(SNS)에 홍보글을 올리면 ‘이 사진은 빼고 이 사진은 올려달라’는 식으로 지시도 많이 하고, 무작위로 전화가 와서 ‘이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지역 현수막 같은 것도 ‘문구가 이게 맞냐’고 갑자기 전화해 지시하고, 밤중에도 가끔 전화가 오곤 했다.”
—단체대화방에서 언급된 ‘사모총장’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내가 쓴 표현은 아니지만, ‘사무총장’에 빗댈 만큼 사모를 많이 케어하기 때문에 그런 직책이 있어야 될 정도란 점에서 나온 표현으로 안다. 다른 의원실에도 있어 봤는데, 거기선 의원 가족을 거의 볼 일이 없었다. (사적인 지시나 업무도) 전혀 없었고, (다른 국회의원) 사모도 운전을 직접 했다. (김병기 의원실에서 일하면서) 다른 의원실에도 이런 경우가 많은지 물어봤는데 거의 없다고 했고, ‘국회에서 공익이나 의원을 위한 일을 하고자 했는데 사모를 위해 일하러 왔나’하는 ‘현타’(현실 자각)도 솔직히 좀 왔다.”
—김 원내대표에게 단체대화방을 전달한 ‘제보자’로 지목당했을 때의 심경은 어땠나?
“저를 통해 옛날에 같이 일했던 보좌진들을 이간질시켜서 현재 본인한테 있는 이슈들을 좀 무마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이용당한 것 같다.”
—왜 인터뷰에 응하게 됐나?
“처음에는 ‘나에게도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저를 콕 찍어서 제보를 받았다고 해서 억울한 측면도 있었고,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정을 도용당했을 당시) 전에 일했던 사람들과의 텔레그램 방도 남아 있었는데, (김 원내대표가) 거기서 어떤 정보를 취득했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그걸 또 악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좀 많이 불안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뉴스들을 보면서 ‘이렇게 비리가 많았구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면서 공익을 위해 나서게 됐다.”
\'단체대화방 제보자\'로 지목된 김병기 의원실 전직 보좌직원 ㄴ씨가 작성한 확인서. ㄴ씨 제공 |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전직 보좌 직원들이) 교묘한 언술로 ‘공익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적법하게 취득한 자료”라며 ‘여의도 맛도리’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사진 12장을 공개하고, “90여장의 대화 중 극히 일부만 공개하겠다”고 했다. 단체대화방을 내용을 보면, 보좌 직원들이 김 원내대표를 멸칭으로 부르거나 김 원내대표 가족들을 향해 비속어를 쓰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제보자로 지목당한 전직 보좌진들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김병기 의원의 부인이 막내 보좌직원의 계정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자신의 폰에 설치하여 취득한 것”이라며 “통비법(통신비밀보호법), 정통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중대범죄”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지난 24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에 통비법·정통망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원내대표를 고소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여의도 맛도리’ 대화 내용을 “막내 보좌직원이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막내 보좌직원이었던 ㄴ씨가 이를 부인하면서 진실은 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통비법 3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의 녹음·청취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땐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정통망법 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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