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같은 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특혜·갑질 등 의혹과 관련해 김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원내대표란 자리는 실로 막중한 자리"라며 "저도 이 사태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정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이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근 김 원내대표에 대한 여러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당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다만 "(원내대표 자리는)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뽑은 선출직이다. 그래서 (김 원내대표) 본인도 아마 고심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바로 밝히는 대신 "며칠 후에 원내대표께서 정리된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니 저는 그때까지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그는 "어제(25일) 통화를 했다"며 "김 원내대표께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고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하다'는 취지로, 그리고 저에게도 송구하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며칠 후 본인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는 말도 하셨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김 원내대표 논란과 관련 "굉장히 중하게 보고 있다"는 언급이 나왔지만 거취 관련 구체적인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어제(25일)도 소통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금명간 김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이 있나' 묻는 질문엔 "현재 그렇게 확약할 수는 없다"면서도 "금명간이라고 하는 그 시간 중에 또 다른 어떤 상황이 발생될지 민심의 흐름이 크게 어떻게 갈지 이런 것들을 살펴보면서 그 입장 발표의 내용과 수위를 정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의 '보좌진 갑질' 논란과 관련, 앞서 같은 당 강선우 의원이 같은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직에서 사퇴한 데 대해선 "(김 원내대표가) 그런 질타를 많이 받고 있다"며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당 지도부가 또 원내대표 본인과 함께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원내대표와 저도 직접 전화 통화를 했지만 본인은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니겠나.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적 눈높이에서 본다면 공인은 특히 선출직 공인인 국회의원은 그러한 어떤 억울한 부분을 폭넓게 감내해야 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병기 원내지도부 일원인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논란 자체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라면서도 "결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도 더 얘기를 하시지 않겠는가. 그래서 조금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지켜봐주시는 게…(좋겠다)"고 말을 줄였다.
박 수석부대표는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이어 김 원내대표까지 당 지도부 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언론에서 많이 지적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저희들도 잘 인식을 하고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송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며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저희들이 또 더 잘 개혁하고, 또 의회를 잘 운영하는 것으로 지금은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당내에선 다소 직접적인 비판이 일기도 했다. 박용진 전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원내대표 논란을 두고 "이런 논란에 휩싸인 것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쨌든 본인의 부덕의 소치"이고 "더 낮게 몸을 숙이고 먼저 반성하는 태도를 먼저 국민들한테 보여주시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논란 이후 의혹 제보자로 추정되는 전직 보좌진들의 텔레그램 대화방 내역을 SNS에 공개한 것을 두고 "해명보다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좀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라며 "이 문제 전반에 대해서 책임 있는 사과 이런 것들을 해명 이런 것들을 먼저 하시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김 원내대표의 당직 사퇴 혹은 지도부 차원의 당 윤리위 감찰 지시 여부 전망에 대해선 "그렇게 가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본인이 결단하거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알기로 당내에서 의원들이 정면으로 문제 제기하고 책임을 묻고 이렇게 진행되는 상황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야당에선 당직은 물론 국회의원직 사퇴까지 촉구하는 등 강력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사퇴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직 사퇴도 고려해야 할 시점", "당연히 사퇴하셔야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대한항공 것(의혹)만 보더라도 (대한항공의) 상임위가 국토위였냐 정무위였냐, 뭐 해석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대한항공 합병과 관련된 이슈가 (담당 상임위에) 있었다"며 "이해관계가 있는 상임위에서 활동하면서 해당 기업으로부터 어찌되었든 그런 형태로의 편익을 제공받았다라는 것은 굉장히 많은 국민의 상식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항 의전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칼호텔 숙박권 이용 같은 경우도 이게 도덕성이나 청탁금지법 위반의 정면적인 그런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해충돌 이 관계를 어떻게 피해 나가나"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또 김 원내대표가 전 보좌진들의 대화방을 공개하고 역으로 비판한 데 대해서도 "임금님도 안 볼 때는 다 욕하는 건데…"라며 "모든 게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빚어진 문제인데 해결 방식을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당 윤리감찰단의 감찰 진척 상황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답변하지 않겠다"며 "(질문을 한 매체와는) 제가 인터뷰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는 등 특정 언론의 질문 자체를 거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종합특검법'의 추진 방향과 '통일교 특검법' 관련 쟁점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