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원대 사기행각 피고인 16차례 반성문…1심서 징역 7년 선고
'빚 갚겠다'고 해놓고 도박으로 탕진…재판부 "후안무치한 범죄"
'빚 갚겠다'고 해놓고 도박으로 탕진…재판부 "후안무치한 범죄"
도박자금 사기 |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피고인은 여러 차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진정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은 이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퇴직 교사가 꿈꾼 행복한 노후를 송두리째 빼앗은 사기 피고인이 1심에서 무거운 꾸지람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11부(김상곤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6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2월∼2024년 10월 지인인 B씨에게 14억원 상당을 빌리고는 이를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무분별한 사채를 쓰다가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자 어려운 형편을 호소하며 B씨에게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원씩 278차례에 걸쳐 돈을 빌렸다.
A씨는 '조폭이 와서 저를 데려간대요', '저는 오늘 죽임을 당할 수도 있어요.'라며 사채를 갚지 못하면 자기 신변에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는 식으로 B씨를 속였다.
B씨는 4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해 노후 자금을 마련해뒀기 때문에 한때 같은 학교에서 일했던 A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매번 도움을 줬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수억원을 빌리고도 집요하게 돈을 요구했고, B씨는 그때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장기 카드론, 마이너스 통장까지 써가며 돈을 보태줬다.
B씨는 심지어 가족 명의로 대출받거나 제자에게 어렵게 빌린 돈을 건네주면서까지 A씨의 새 출발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A씨가 이 돈을 인출한 곳은 다름 아닌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A씨는 지인의 호의와 바람을 무참히 저버리고 매달 적게는 3차례, 많게는 9차례나 집에서 3시간 넘게 걸리는 카지노를 찾아가 헛된 기대에 베팅했다.
결국 장기간의 사기 행각으로 법정에 선 A씨는 16번이나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구했다.
반면 B씨와 그의 가족은 이보다 더 많은 탄원서를 내며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채 때문에 궁지에 몰린 나머지 범죄를 저질렀다며 여러 차례 반성문을 냈다"고 운을 떼고는 "재판장이 사기 피해를 본 게 아닌데 왜 피해자가 아니라 재판부에 사과하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법 사채 피해자가 아닌 전형적인 사기꾼의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피고인에게 아무리 무거운 처벌을 내려도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꾸짖었다.
이 사건으로 B씨는 노후 자금을 모두 잃었을 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 거액의 빚까지 짊어지게 됐다. 이 채무로 인한 이자만 매달 600만원을 넘게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현재까지 전체 피해금 14억원 중 5천200만원만 B씨에게 상환했다.
또 1심 선고 이후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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