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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수출국’ 오명 해외입양, 2029년까지 없앤다

동아일보 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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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수출국’ 오명 해외입양, 2029년까지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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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8837명 최다 기록…올해는 24명

복지부 “국내 입양 등 보호체계 우선 추진”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6/뉴스1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6/뉴스1


내년부터 해외 입양이 단계적으로 중단된다.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전쟁 고아 대책의 하나로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73년 만이다. 정부는 2029년까지 해외 입양을 완전 중단할 계획이다.

26일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를 발표했다. 정부는 2029년까지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기본사회 실현을 목표로 △모든 아동의 건강한 성장·발달 지원 △도움이 필요한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참여를 통한 아동 권익 내실화 등 3가지 정책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6·25 전쟁으로 발생한 전쟁 고아 대책으로 시작된 해외 입양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중단된다. 한국은 한 때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해외 입양은 해리 홀트가 1953년 8명의 한국 어린이를 미국으로 입양하면서 본격화됐다. 1980년대 이후 해외 입양된 아동들은 대부분 미혼모가 출산한 아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입양을 주선하는 단체는 고아 수출로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외 입양 아동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자라거나, 성인이 돼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경우 기록이 부실해 찾지 못하는 사례 등도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유수지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News1

서울 송파구 잠실유수지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News1


정부는 2029년까지 해외 입양을 ‘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내 아동을 해외로 보내는 대신 국내 입양 등 국내 보호체계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아동의 이익 최우선의 관점에서 2, 3년 안에 해외 입양은 중단하려고 한다”며 “늦어도 2029년에는 해외 입양 아동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해외 입양 아동 수는 1985년 8837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1995년 2180명, 2005년 2101명, 2015년 374명, 올해 11월 기준 24명으로 감소했다.

앞으로 장애 아동 등 불가피하게 해외 입양 아동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개입해 정책을 개선하고 국내 입양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7월 공적입양체계 도입 이후로는 해외 입양이 한 건도 없었다”며 “필요한 경우 법 개정에도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던 가정위탁 제도를 국가가 맡기로 했다. 위탁 부모에게 학교 입·전학, 은행 계좌 개선, 사회보장급여 신청, 핸드폰 개통 등에서 일부 법정대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위탁 부모에게 친권이 없어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병원 진료나 수술 시에 보호자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탁 부모에게 아동이 맡겨지는 순간부터 법정대리권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통해 친권이 제한되는 경우 친권과 위탁부모의 법정대리권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심층 분석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산하에 아동학대사망분석특위(가칭)을 설치할 계획이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게는 교육권 보장을 위해 국내 체류 자격을 2028년 3월까지 부여하고,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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